[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주식시장 정규 거래시간 연장 시행 첫 달이 마무리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16년 만에 이뤄진 거래시간 연장인 만큼 업계와 시장 안팎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장기 박스권에 갇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증시환경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지에 대한 기대감과 투자기회·가격발견 효율성 확대, 아시아 주요 국가와 유럽시장 대비 짧은 거래시간을 극복하면서 국제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시행 한 달이 마무리되고 있는 현재 기대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실효성 논란과 노동계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증시 거래시간 연장 이후 한 달간의 기록을 분석하는 동시에 시장 안팎의 관계자,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제도 시행의 평가와 향후 방향성에 대해 모색해봤다.
한국거래소(KRX)는 이달 1일부터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이던 주식시장 정규거래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로 30분 연장 운영에 돌입했다. 더불어 파생상품과 일반상품시장, 외환 거래시간도 기존 대비 30분 늘어났다. 이는 지난 2000년 점심시간 휴장을 폐지한 이후 16년 만에 이뤄진 거래시간 변경이다.
거래소는 이번 시행을 통해 투자 기회 확충과 거래 참여 편의성, 부동자금의 추가적인 증시 유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단기 투자 기회 증가, 차익거래 활용 원활, 가격발견 효율성 확대 등과 연관되는 효과도 예상하고 있다. 또 증시 침체 국면 돌파를 위한 모멘텀 마련과 아시아시장(중화권시장)과의 연계 강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제고도 꾀하고 있다. 우리시장이 중국과의 동조화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정규시장 오후 3시 마감(중화권시장 대비 1~3시간 조기 마감)에 따른 미반영 효과와 시간외시장을 길게 운영함에 따른 유동성 제약 효과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초 증시 거래시간을 최대 1시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업계의 반발과 금융당국과의 원활하지 못한 소통 등으로 좌절을 맛봤던 거래소는 올 초 증시 매매거래시간 30분 연장 추진 계획을 밝힌 후 금융투자업계와 정부 관계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오며 증시 매매거래시간 30분 연장을 이끌었다. 증권사와 유관기관 등과 함께 업무협의·시스템 연계 테스트를 충분히 실시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던 터였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올해 초 서울사옥에서 연간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거래기회 확대를 위해 증시 거래시간 30분 연장을 추진한다고 밝힌 후 금융투자업계와 정부 관계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왔다. 당시 최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증시 매매거래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으로, 싱가포르와 유럽국가에 비해 2~3시간 가량 짧다”고 지적하면서 “짧은 매매거래시간은 매매기회를 제약하고, 새로운 정보 반영 시점을 다음날로 지연시켜 가격효율성을 저해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싱가포르의 증시 매매거래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8시간이고, 독일의 경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8시간30분이다.
그는 또 “최근 중국과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권 국가의 경제적 위상과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매매거래시간 연장을 통한 아시아시장 간 중첩을 강화해 한국증시의 국제화를 도모할 필요성이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거래시간 연장 시행 한 달이 다가오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성적은 기대에 다소 못 미치고 있다. 시행 초기인 점을 고려할 때 벌써부터 평가를 내리기는 다소 성급한 면이 없지 않지만 현재까지의 기록을 놓고 볼 때 눈에 띄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식시장 정규거래시간 30분 연장에 돌입한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한 시장 전체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9090억원으로 거래시간 연장 시행 직전달인 지난 7월(8조1480억원) 대비 3.0% 감소했다. 일평균 거래량도 7월 13억205만주에서 9억9934만주로 30.3% 줄었다. 이는 거래소의 시행효과 기대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앞서 거래소 측은 매매거래시간 확대의 기대 효과로 효율적 매매거래시간 사용으로 유동성이 집중되는 장 종료시간대 연장으로 3~8% 수준의 유동성 증대로 일평균 거래대금이 약 2600억~68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별로 살펴보면 유가증권시장의 8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3028억원으로 7월(4조1299억원) 대비 4.0% 늘었고, 코스닥시장은 3조6062억원으로 전월(4조181억원)보다 11.4% 감소했다.
거래량은 양시장 모두 거래시간 연장 시행 직전인 7월 대비 줄었다. 유가증권시장은 3억7840만주에서 3억5530만주로 6.5% 감소했고, 코스닥시장은 9억2365만주에서 6억4404만주로 43.4% 줄었다.
지난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산한 시장 전체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90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조8619억원) 대비 12.0% 감소했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