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4일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종료를 앞두고
한진해운(117930)이 1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유동성 확보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자구안을 25일 늦은 오후 채권단에 제출했다. 한진해운은 추가 자구안 내용에 대해 막판까지도 조율에 나서면서 제출시간이 많이 늦춰졌다.
채권단은 자구안을 검토한 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부를 내릴 방침이다. 기존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모회사인 한진그룹에 7000억원 이상 지원을 요구했으나, 한진그룹은 4000억원 이상 추가 지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이 평행선을 달려왔다.
다음달 4일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이 종료를 앞두고 한진해운이 추가 유동성 확보 방안이 담긴 자구안을 25일 늦은 오후 채권단에 제출했다. 사진/뉴시스
자구안에 대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선 기존 4000억원에 최소 1000억원 이상 추가된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와 해외 터미널 등 추가자산 매각, 용선료 협상 잠정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조양호 회장 사재출연도 200억원~300억원 가량 포함됐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장 자율협약 종료시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고, 오너가로서의 책임도 보여야 한다는 비판적 여론이 일면서 사재출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5월 내놓은 자구안에는 조 회장의 사재 출연이 포함되지 않았다.
또 채권단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조 회장을 압박해 왔다. 조 회장은 한진칼과 한진 등 상장 계열사의 주식 2000억원 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주사 정식기업 등 비상장 계열사 주식까지 포함하면 보유금액은 더 늘어난다.
이제 한진해운 생사의 판단은 채권단의 몫으로 돌아갔다. 내년 연말까지 한진해운 운영자금은 약 1조2000억원 가량이 필요한데, 한진해운이 5000억원~6000억원 수준을 마련하면서 나머지 금액에 대한 추가 지원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채권단의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채권단이 자구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가입한 해운 동맹(THE 얼라이언스)에서 탈퇴가 불가피하다. 노선 다각화, 운항 효율성, 선대 운영 제약, 선주사 계약 파기 등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된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