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롯데 2인자'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기업인이 자살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이 부회장은 26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의 한 산책로 나무에 넥타이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발견된 이 씨의 차량에선 유서가 나왔다. '그룹차원의 비자금 조성은 없으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신 회장의 최측근인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유감을 표명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 조사 기업인 자살(시도) 현황.
검찰 조사 직전 목숨을 끊은 기업인은 이 부회장 말고도 더 있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자원개발 비리 의혹 법인자금 횡령, 분식회계 등으로 검찰의 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 지난해 4월 시신으로 발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있다.
성 전 회장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본인의 억울함을 전한 뒤 하루 만에 목숨을 끊었다. 특히 유서와 함께 여권 정치권 8명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고 폭로하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쪽지와 녹취록을 남겨 파문을 낳았다.
검찰 조사 중 심리적 압박을 못 견디고 세상을 등진 경우는 훨씬 더 많았다. 2014년 7월 철도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김광재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한강에 투신했고 2시간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김 전 이사장은 철도시설공단 전·현직 간부들이 납품 업체 선정 과정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상태였다.
같은 해 4월엔 KB금융 전자등기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 청탁을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윤의국 전 고려신용정보 회장은 한강에 투신했으나 곧바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한달 뒤인5월엔 성호정 전 송학식품 회장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던 중 투신자살했다.
2012년 11월엔 배임 혐의로 옥천영동축협으로부터 고소당한 정모 전 양평지방공사 사장도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기 전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이마트가 그룹차원 비리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를 받을 당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하이마트 납품업체 사장 박모씨도 그해 4월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2010년 7월 개발제한구역인 스포원 야구 연습장을 짓고 형질을 무단 변경한 혐의로 두 차례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윤종대 전 스포원 이사장이 독극물을 마시고 자살을 기도했다. 그해 6월에는 방위산업체 협력업체들과 짜고 부품단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거액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수차례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은 LIG넥스원 전 대표 A씨가 스스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2004년 3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 씨에 대한 금품 로비와 대우건설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한강 남단에 투신해 시신으로 발견됐다. 같은 달 시청 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입건돼 조사받던 박모 S건설 대표도 자택에서 목을 매 숨졌다.
2003년 8월엔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이 그룹 사옥에서 투신자살했다. 당시 정 전 회장은 대북송금과 현대그룹 비자금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검찰 조사에 대한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는 게 당시 정 전 회장의 자살 배경이었다.
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시작된 지난 2011년 9월부터 2개월 간격으로 무려 3명의 저축은행 사장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어 충격을 줬다. 2011년 9월 정구행 제2상호저축은행 행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도중 본점 옥상에서 투신한 것을 비롯해 그해 11월엔 차모 토마토2저축은행 상무가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경기도 광주 건물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2012년 1월 김학헌 에이스저축은행 회장이 검찰 소환 당일 한 호텔에서 목을 맸다.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26일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지난해 12월4일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장면.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