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재혁·박남숙기자] 금융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자하는 목표에서 제정된 자본시장통합법이 지난 2월 시행 후 금융시장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와 계좌수는 폭발적으로 늘고있고 새로운 형식의 펀드상품이 등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는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CMA의 경우 과열경쟁으로 인한 껍데기 계좌의 증가현상이 나타나는 등 선진자본시장의 기본인 '효율적인 경쟁'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
더군다나 지난 금융위기 이후 자본시장통합법이 목표로 한 선진금융시장 조성에 있어 과연 '선진'이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점도 도출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영·미식 투자은행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면서 어떤 모델을 추구해야할지에 대한 인식의 공유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규제부터 시작해서 은행의 금융시장 내 역할 수행까지 전반 부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 증권사, 가격 경쟁 몰입은 '공멸' 자초
자본시장통합법 이후 증권사들의 과열 경쟁이 뜨겁다.
실제로 CMA의 경우, 지난 10월2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분기 CMA 계좌수의 전분기 대비 증가율은 7.6%에 이르지만, 잔고는 1.7% 증가하는데 그쳤다. 껍데기 계좌가 많다는 이야기다.
작년 금융위기 때보다 증시 움직임이 좋은 지금 증권사들은 전략상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단 고객을 끌어들이면 수수료가 좀 높아도 다른 증권사로 옮기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하려는 전략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쟁 자체를 나쁘게 보지 않는다"며 "지금은 선진자본시장으로 가는 과도기라 가격경쟁에 치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가격경쟁을 넘어서 신상품 개발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한 단계 발전해야 선진자본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수료 경쟁에 치중하다 보면 분명 도태되는 증권사가 있을 것이고 살아남은 증권사 중 고객에게 합리적인 상품이 나오면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 투자은행 설립, 은행·자본시장 업무의 합리적 분리 모색해야
앞으로 투자은행 설립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아직 글로벌 적인 합의점은 도출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수규제·투자은행에 대한 국제결제은행(BIS) 규제·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등 투자은행 규제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8월 영국에선 은행과 자본시장 완전 분리를 주장하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은행과 자본시장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7년 기준 총 채권 발행액의 33%에 이르는 양이 은행채였을 정도로 채권발행시장에서 은행은 가장 큰 손이 된지 오래다. 또 장외파생상품 시장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7%에 이른다.
은행으로서도 주택담보대출의 유동화를 통한 원화유동성을 확보하고, 적절한 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자본시장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박현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조건임엔 틀림없지만 은행과 자본시장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라며 "금융지주 회사의 틀 안에서 은행과 자본시장 업무를 합리적으로 분리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 자산운용산업 선진화, 효율적 경쟁 구조 정착이 우선돼야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의 자산운용 산업에선 효율적 경쟁구조 정착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회사의 신규진입이나 투자자의 펀드 상품 교체가 용이한 것은 사실이나 실제 자산운용사의 진입 및 퇴출의 역동성이 부족하고, 판매채널 역시 한정돼 있으며 가격 경쟁이 부재하는 등 경쟁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효율적 경쟁구조 정착을 위한 정책 과제로 ▲ 인가요건 만족한 자산운용사 신규진입의 가급적 허용 ▲ 펀드슈퍼마켓·독립펀드판매업자 등의 도입을 통한 펀드판매 채널 확대 ▲ 펀드정보의 효율적 제공 방안 강구 등을 들었다.
김 연구위원은 "경쟁시장의 발전과정에서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낮은 비용으로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숨겨진 알짜기업들은 자산운용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되는 등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산운용시장 규모의 성장 또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권재혁/박남숙 기자 joi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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