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한 중국 IT·전자 기업이 진화하고 있다. 고가의 프리미엄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 이름이 빠지질 않고 등장한다. 과거
삼성전자(005930)나
LG전자(066570)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저가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한 후 프리미엄 시장에 안착했던 것과 유사한 행보다.
우선 중국 시장의 변화가 배경으로 꼽힌다. 구매력이 늘면서 프리미엄 시장이 형성되고, 기업들도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의 중산층(자산 5만~50만달러) 인구는 1억900만명으로 9200만명의 미국을 앞섰다. 1인당 국민소득이 800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음에도 실질 구매력을 가진 1억명 이상의 중산층이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부유층(자산 1000만위안 이상)과 초고액자산가(자산 1억위안 이상)가 매년 10% 이상 늘고 있다는 점은 무한한 잠재력을 기대케 한다.
중국 중산층은 단순히 필요한 상품을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희소성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 구매에 관심이 높다. 기업들이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자연스러운 추세가 됐다. 가성비를 강조하던 샤오미가 추락하고, 그간 쌓아온 특허를 기반으로 프리미엄 폰 비중을 늘려온 화웨이가 글로벌 3위 업체로의 지위를 공고히 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사업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여러 석상에서 "화웨이는 하이엔드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 TV 제조업체 창홍은 OLED TV를 생산하며 프리미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IFA에 참가한 창홍의 부스 모습. 사진/뉴시스·신화
프리미엄 바람은 전자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PC 시장에서는 레노버, 화웨이, 에이수스 등이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고 있다. 화웨이의 투인원 PC '메이트북', 레노버의 최상위 프리미엄 라인업 'X1' 패밀리 등이 대표적이다. 게이밍 노트북 글로벌 1위 업체인 에이수스도 오는 31일 국내에서 대표 프리미엄 라인업 '3시리즈'를 선보인다.
TV, 냉장고 등 가전 영역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이 눈에 띈다. 글로벌 10대 TV 제조사 중 하나인 스카이워스, 콩카, 창홍 등은 OLED TV를 생산하며 20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분야에서 삼성과 LG를 거세게 쫓고 있다. TCL과 하이센스는 UHD 얼라이언스에 가입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프리미엄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중국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에서는 메이디, 하이얼, TCL 등 3대 업체가 54%를 차지해 38%에 그친 해외 주요 가전사들을 앞섰다.
안방 시장에서 자신감을 다진 중국 기업들은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술력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판단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인지도를 만회하는 방법으로 인수합병(M&A)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이얼이 미국 전통 가전업체 GE의 가전부문을, 메이디가 일본 도시바의 백색가전 부문을, 하이센스가 샤프의 TV 브랜드를 매입한 것은 모두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한 행보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