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모바일 플랫폼 시장이 완숙기라면, 스마트홈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스마트홈은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기 전인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홈네트워크, 홈오토메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건설사들과 가전업체 등 하드웨어 업체들이 시도했지만, 플랫폼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리고 2010년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기반 기술들이 각광 받기 시작하면서 스마트홈 시장 역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시장은 이미 확장세다. 시장조사기관 스테티스타에 따르면 전세계 스마트홈 시장은 지난해 98억달러에서 2020년 430억달러 규모로 급증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IoT로 연결되는 스마트홈 관련 기기수도 703만대에서 4415만대로 팽창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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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성과 가능성이 검증되고, 하드웨어 측면에서 기반기술이 다져진 만큼, 플랫폼 업체들에게는 그야말로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다. 구글과 애플 등 모바일 시장에서 압도적인 이용자들을 보유한 기업들은 기존 플랫폼을 기반으로 스마트홈 시장 흡수에 나섰고,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이동통신 3사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스마트홈 시장 경쟁의 핵심은 IoT 플랫폼 기술의 표준화다. 앞서 스마트홈 시장은 표준화된 플랫폼의 부재로 지지부진했던 만큼 IoT 플랫폼 표준화에 성공하는 기업에게는 모바일 영역에서의 구글 안드로이드와 같이 막대한 점유율이 부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에 전세계 유수의 ICT 기업들은 연맹을 통해 본격적인 표준화 전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글로벌 기업들과 손을 잡고 IoT 플랫폼 표준화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14년 인텔과 브로드컴과 함께 오픈인터커넥트컨소시엄(OIC)를 구성했으며, 올해 2월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시스코시스템즈, 인텔, 제너럴일렉트린(GE), 퀄컴과 새로운 동맹인 오픈커넥티비티파운데이션(OCF)를 출범시켰다. LG전자는 MS, 필립스, 소니, 퀄컴, 샤프, 일렉트로룩스 등이 참여한 올린얼라이언스에 가입, 삼성과의 경쟁구도를 형성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은 아직 표준화된 기술이 없는 상황으로, 향후 표준이 결정될 경우 어느 단체의 규격에 맞췄느냐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표준화는 결국 얼마나 많은 제품, 많은 회사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업체들 간 합종연횡이 활발한 상태"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대외적 협력 강화에 나서는 한편, 자체 기술력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IoT 플랫폼 기업인 '스마트싱스'를 인수, 자체 플랫폼 확보에 나섰다. 가전 분야의 강점을 이용, 각 제품에 자체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탑재하고 있으며, 스마트싱스를 통해 이를 하나로 연결짓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각 가전제품에 자체 개발한 웹OS를 탑재하고 있으며, 스마트싱큐센서·허브를 통해 각 제품들을 연동시키는데 성공했다.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구글과 애플은 별도의 연맹 가입 없이 각각 안드로이드와 iOS의 스마트홈 버전을 내세우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홈 전문기업인 네스트를 지난 2014년 인수하는 한편, 지난 5월 스마트홈 기기인 '구글 홈'을 공개했다. 애플의 경우 iOS 기반 홈킷을 이미 출시한 상황이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지난해 스마트홈 허브인 '에코'를 출시하며 시장의 뜨거운 호응을 확인했다.
통신업체들의 발걸음도 빠르다. SK텔레콤은 '스마트홈', KT는 '기가 IoT 홈', LG유플러스는 'IoT@home(아이오티앳홈)' 등 각각 스마트홈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건설사를 비롯해 가전, 가구업체들과의 협력 관계 확대를 통해 플랫폼 자리잡기 작업이 한창이다. 박연익 KT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통신사들은 단말을 직접 제조하지 않기 때문에 오픈 플랫폼을 통한 다양한 제조사와의 포괄적 협력을 기본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통신사들이 스마트홈 활성화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다가올 5G와 기가시대에 IoT를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