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은행권이 6년 만에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이하 사용자협의회)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은행별 노조위원장을 따로 면담하겠다는 발언 이후 한 달 만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정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감정원, 신협중앙회, 산림조합중앙회, 한국금융안전,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사용자협의회에 남은 5개 회원사는 조만간 협의회에서 탈퇴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6일 5차 대표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위 5곳의 경우 이날 회의에 불참해 탈퇴를 하지 않고 있었다.
앞서 지난 3월
기업은행(024110),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7곳이 탈퇴한 데 이어 나머지 회원사도 탈퇴를 결정하면서 사용자협의회는 출범(2010년 4월) 6년 만에 해체수순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용자협의회 해체에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임종룡 위원장이 산별교섭 대상자인 금융노조를 무시하고 개별 은행의 노조위원장과의 면담을 추진한 지 한 달여 만에 사용자협의회가 해체됐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은 7월23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영 금융협력포럼에서 기자들에게 "(성과연봉제와 관련해)조만간 노조 위원장들을 직접 만나 이런 부분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 의향이 있다"고 발언했다.
금융노조의 반발로 은행 노조 면담은 무산됐지만, 일각에서는 임 위원장이 이미 사용자협의회를 해체하려는 의도가 있던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사용자협의회와 협상권을 가진 금융노조를 무시하고 개별은행과 접촉키로 했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이 개별 은행 노조와 면담을 진행할 경우 금융노조의 힘을 무력화할 수 있다.
임 위원장은 귀국 후인 7월29일 은행장 조찬간담회를 열고 시중은행장에게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3월 금융공기업의 사용자협의회 탈퇴에서도 당국의 압박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중은행들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지지부진하자 금융당국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중은행 입장에서도 금융노조가 아닌 개별 노조와 협상을 진행하면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기 수월하다"며 "은행 한 곳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하면 연차적으로 다른 은행들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6년 만에 해체 수순에 돌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제6차 금융개혁 추진위원회에서 임종룡 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