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가 공공택지 공급을 축소하기로 하면서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국내 중견건설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공공택지의 경우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독점 공급하기 때문에 그동안 주택용지를 충분히 확보해 온 건설사들과 그렇지 못한 건설사들 간 격차도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5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일환으로 올해 LH 공공택지 공급 물량을 지난해 대비 58%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공공택지 공급물량은 지난해 6.9㎢, 12만8000가구에서 올해 4.0㎢, 7만5000가구로 줄게 됐다. 또 내년 물량도 수급여건 등을 고려해 금년대비 추가 감축을 검토할 방침이다.
그동안 주택사업 호황을 타고 급격하게 몸집을 불려온 중견 건설사로서는 악재 중의 악재를 만났나든 평가를 하고 있다.
대형사의 경우 해외사업과 재개발·재건축, 리츠 등 주택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반면 중견 건설사 대부분은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아 일감 부족 현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몇 년 동안 주택 용지를 착실히 확보해 온 일부 중견사들은 당분간은 큰 걱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때그때 택지를 분양받아 사업을 진행했던 건설사들은 당장 현재 진행하고 있는 물량이 소진되는 내년부터는 택지 공급 감소에 따른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주요 중견 건설사의 연결 감사보고서를 보면 업계에서 땅 부자로 잘 알려진 부영주택은 재고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용지가 4조1929억원에 달한다. 웬만한 10대 대형 건설사보다도 압도적으로 많은 수준이다. 토지를 매입해 임대주택을 지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으면서 보유 토지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또
태영건설(009410)(983억원), 호반건설(743억원), 중흥건설(691억원),
금호산업(002990)(536억원), 두산건설(411억원) 등 최근 몇 년 사이 주택사업을 통해 급성장한 중견사들이 대부분 용지 보유량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서희건설(64억원)과 한양(80억원) 등 일부 중견사들은 상대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용지가 적었다.
부영주택이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에 선보이는 총 4298세대의 ‘사랑으로’ 부영아파트 선착순 계약이 실시된 지난 6월10일 모델하우스를 찾은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부영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자체 보유 토지가 적은 곳은 앞으로 일감 부족에 시달릴 수 밖에 없게 됐다"며 "공공택지 분양이 아니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집중해야 하는데 대기업 건설사의 브랜드에 밀려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공택지 감소세가 장기화될 경우 보유 용지가 많은 건설사라 하더라도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며 "기존 주택 비중을 낮추고 임대, 부동산 관리 등 연관 사업으로 사업 분야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공택지 공급 감소로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 건설사의 시장 퇴출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어진 주택시장 호황으로 주택전문건설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501개에서 올 6월 말 기준 6911곳으로 410곳(6.3%) 증가한 바 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