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 지난 2005년 12월 처음 도입된 퇴직연금. 지난 2006년말 7568억원밖에 적립되지 않았던 퇴직연금 시장이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9조원대로 10배 넘게 커졌다.
증가 속도로만 볼 때 오는 2015년에는 100조원대로 퇴직연금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은행, 보험, 증권사간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은 폭넓게 뻗어있는 지점망을 활용, 지난해말 이미 업계 선두였던 보험사를 제쳤다. 지난 9월말 기준 52.5%를 점유해 35%인 보험사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또 지난 2006년말 8.1%에 지나지 않았던 증권사의 시장점유율이 9월말 12.5%로 증가했다.
◇ 증권사, 실적배당형에 집중..수익률 '두각'
은행, 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증권사들은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세우고 있다.
퇴직연금 상품은 크게 원리금보장 상품과 실적배당 상품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은행의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88%, 실적배당형이 11.3%이고, 생명보험사는 원리금보장형이 94.3% 실적배당형이 5.6%, 손해보험사는 원리금보장형이 94.7%, 실적배당형이 4.8%로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월등히 높다.
반면 증권사는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52.5%, 실적배당형 비중이 40.3%로 상대적으로 차이가 크지 않다.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상품이 은행이나 보험에 비해 실적배당형에 치중하고 있는 것은 증권사들의 높은 수익률 추구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증권사의 수익률은 실제 은행과 보험권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부의 '9월말 기준 퇴직연금 도입현황'에 따르면 은행 퇴직연금의 확정급여형(DB:Defined Benefit) 비중은 57.7%, 확정기여형(DC:Defined Contribution)은 28.9%로 나타났다. 생보사의 DB형 비중은 81.6%, DC형 13.5%, 손보사의 DB형은 75.7%, DC형은 21.1%로 DB형 비중이 크게 높았다.
하지만 증권사는 DB형이 47.1%, DC형이 50.5%로 오히려 DC형 비중이 컸다.
퇴직연금 도입 초기부터 작년까지는 DB형과 DC형의 수익률이 비슷하게 나타났지만 올들어서는 DC형 수익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개인들의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높은 선호도 영향이다.
3분기 기준 업권별 수익률을 보면 DB형과 DC형의 수익률 차이가 전 업권에서 뚜렷하다.
13개 은행의 3분기 DB형 수익률은 1.59%이고, DC형 수익률은 2.44%였다. 생보사의 DB형 수익률은 1.42%, DC형은 2.4%로 나타났고, 손보사의 DB형 수익률은 1.4%, DC형은 2.4%다.
증권사의 경우 차이는 보다 확연하다. DB형이 1.7%인데 비해 DC형은 4.5%의 유형간 수익률 차이이 2배가 넘는다.
올 3분기 기준으로 볼 때 증권사가 은행, 보험보다 탁월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수익률이 높은 DB형 비중에서 증권사가 월등히 높다는 점은 증권사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타 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DB형은 삼성, DC형은 미래에셋 돋보여
퇴직연금 시장에서 수익률로 승부하는 증권사이지만 증권업계 내부에서도 차이는 뚜렷하다.
적립금 측면에서
미래에셋증권(037620)이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증권업계 13개 퇴직연금 사업자의 적립금 규모는 총 1조1380억원,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은 2531억원으로 22.2%를 차지하고 있다.
수익률 측면에서는 DB형과 DC형에 차이가 있다.
또 누적으로 볼때 현대증권은 퇴직연금 시행 이후 3년간 평균 DB수익률 5.86%로 전체 4위, DC수익률은 6.47%로 전체 1위를 기록해 눈길을 끈다.
◇ 증권사,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
경쟁이 격화되는 퇴직연금시장에서 증권사들은 저마다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증권은 종합자산관리서비스 회사로서 확대된 상품 역량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예금이나 펀드 등 기본적인 상품 이외에 이미 국공채와 회사채,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차별화된 상품을 엄선해 퇴직연금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보험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사모펀드 등의 범주로 상품 공급을 다양화할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해외펀드,ELS·파생결합증권(DLS)·예금의 원리금보장형 상품 등 다양한 상품구성과 자산배분 서비스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예금·보험까지 상품구성을 확대하고 퇴직연금 고객들의 합리적인 자산배분을 위해 'DC형 모델포트폴리오 운용지시' 체계와 '자동분할매수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구축한 것이 그것.
'DC형 모델포트폴리오 운용지시'는 단일 상품 또는 일정 지역에 집중투자하기 쉬운 DC형 가입 고객에게 시장상황에 맞춰 고객 개인별 투자성향,나이,퇴직예상 시점에 맞는 합리적인 모델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자동분할매수시스템'은 DC형 가입 고객이 시장변동 위험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자동으로 일정기간 분할 투자되도록 하는 것으로 지난 1월부터 가동중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역량있는 전문인력 보유를 강조한다.
최해열 우리투자증권 퇴직연금컨설팅팀 부장은 "사업 초기부터 퇴직연금을 컨설팅할 수 있는 외부 전문인력을 많이 스카웃해 실질적인 대고객접점에서 가입자에게 적재적소에 시기에 맞는 상품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증권은 안정적인 수익률 추구와 가입자의 편리를 내세운다.
현대증권은 3년 누적수익률 36.77%로 1위인 마이다스 퇴직연금배당40 증권자투자신탁1호(채권혼합) 등 특정 운용사에 치우치지 않는 분산된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박강현 현대증권 퇴직연금운영부장은 "독보적인 수익률 뿐만 아니라 가입자의 편리를 위해 무방문서비스를 지향하는 인터넷시스템 개발을 완료해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