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애초 도입목적과는 다르게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소비자에게 이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을 늘리는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통사들은 현실을 왜곡한 자료를 기반으로 했다며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최명길 의원은 1일 “2014년 이용자 1인당 평균 29만3261원이었던 이통사들의 지원금 규모가 2015년에 22만2733원으로, 올해도 6월까지 평균 17만4205원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동전화 지원금 모니터링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이통사 별로는 SK텔레콤이 2014년 29만6285원에서 2015년 19만5994원, 올해 15만7358원으로 지원금을 줄였다고 최 의원은 밝혔다. LG유플러스도 2014년 29만9413원에서 지난해 23만4670원, 올해는 19만5794원으로 지원금을 줄였다. 같은기간 KT도 28만9959원에서 23만2668원, 16만9839원으로 지원금을 각각 줄여나갔다.
단통법은 이동통신사들 사이에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 이용자들의 차별을 없애고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4년 5월 제정되어 같은해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용자별로 천차만별이었던 공시지원금은 고시를 통해 최대 33만원까지만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단통법이 애초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통신사의 영업비용이 줄어들면서 이익을 높여주고 있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신규가입과 번호이동, 기기변경으로 지난해 이동통신 3사에 가입한 사람이 2145만명임을 감안하면 이통3사가 줄인 지원금 규모는 지난해 1조5000억원, 올해 6월까지 5000억원으로 도합 2조원에 이른다는 것이 최 의원의 주장이다.
최 의원은 “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 3사가 이용자에 대한 지원을 줄인 것이 영업이익 증가에 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며 "단통법이 이통사만 배불리는 ‘전국민 호갱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은 최근 업계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해석이라며 반박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최 의원실에서 기본으로 삼은 방통위의 시장 모니터링 자료에는 공시지원금이 높은 스마트폰이 대부분 제외됐고, 신형 스마트폰은 공시 지원금이 아닌 선택약정할인 위주로 판매되는 현상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개통 시 이통사의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20% 요금할인을 받는 선택약정할인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1인당 지원금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한 점도 간과했다는 주장이다. 미래창조과학부 발표에 따르면 선택약정할인 누적가입자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방통위의 모니터링 자료가 전체 지원금 현황이 아니라 일부에 국한된 자료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모니터링은 특정 유통망과 스마트폰, 요금제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이를 보편적인 수치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 자료를 분석해보면 가입자당 공시지원금 지급액은 단통법 시행 후 지속 증가 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단통법으로 이통사 영업이익이 급증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통3사의 매출은 정체상태로, 지난해에는 사상 최초로 3사의 매출이 동반하락했다”며 “향후 지속적인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영업이익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실 관계자는 “방통위 자료는 특정 유통점 한두군데에 가서 조사한 것이 아니라 주요 유통단지는 물론이고 중소도시에서도 조사한 데이터”라며 “단말기만 해도 보고서를 보면 각 제조사별 주력단말기 10여개를 선택했기에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통사 영업이익에 대해서는 “각 회사가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지원금, 각 대리점에 지급되는 판매장려금 항목을 분석해보니 이통3사가 남긴 돈이 우리가 추산했던 지원금 축소액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이통사들이 반박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충분히 의미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 전자랜드 앞 스마트폰 판매매장 앞을 사람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