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 명목으로 출연한 10억엔(약 108억원)을 외교부가 ‘화해·치유재단’으로 송금하게 한 것은 기부금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통상위원회 위원장 송기호 변호사는 1일 “외교부로부터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원을 전달 받은 '화해 치유 재단'은 설립자인 이사장 김태현 교수가 100만원을 출연해 만든 민간재단”이라며 출연금을 지원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송 변호사는 그 이유로 "외교부가 전달한 10억엔은 일본법으로는 대외국제기관 거출금이지만 한국 국내법적으로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상 '기부금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민간재단이 소속원 아닌 외부에서 대가 없이 받는 돈은 기부금품으로, '화해 치유 재단'이 전달받은 10억엔 역시 기부금품에 해당한다.
송 변호사는 "이 민간 재단은 무슨 자격으로 기부금품을 받는 것인지, 그리고 한국 정부는 어떠한 국내법적 근거로 민간 재단이 10억엔을 받도록 알선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변호사는 지난 8일 외교부에 기부금품 10억엔 알선의 국내법적 근거 문서를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외교부는 지난 22일 근거 문서 공개를 거부하고 각하 통지했다.
외교부는 다만, "한일양국이 작년 12월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발표한 합의에서 '한국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 이에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하고, '양국 정부가 협력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하기로'했다"며 "아울러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실시하는 조치에 협력한다'고 표명한 바에 따라 우리 정부는 일측과 필요한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고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 했다.
송 변호사는 “‘화해·치유재단’의 정관상 이사로 외교부 동북아 국장 A씨가 등재돼있다”며 “기부금품법은 5조에서 국가와 공무원의 기부금품 모집을 금지하고 있는데도 국가와 외교부 국장은 일본이 10억엔을 이 민간재단에 기부하도록 협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본의 10억엔이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법이나 한국 국제교류재단법의 절차에 따라 입금된 돈이 아니라 직접 위안부 재단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송금됐다면 국가의 행위는 기부금품법을 위반해 10억엔의 기부금품을 모집한 것”이라며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에 10억엔 전달을 알선한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일본에게 요구해 민간재단에게 기부금품 10억엔을 송금하도록 하는 것이 기부금품법상 적법한지 역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에 10억엔을 송금했다. ‘화해·치유재단’으로 자금을 직접 송금한 것은 한국 외교부와의 협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화해·치유재단’은 10억엔을 재원으로 위안부 피해자 중 각 생존자에게 1억원씩, 사망자에 대해서는 각 2000만원씩을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들은 지원금 수령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본 정부의 출연금이 ‘화해·치유재단’으로 송금이 완료되면서 일본으로부터 ‘소녀상 철거’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일본 내에서는 한국 정부가 소녀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