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수 디아지오코리아 대표이사가 지난 2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위스키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디아지오코리아)
[후쿠오카현(일본)=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소주는 밀레니엄 세대(1982~2000년 출생자로 베이비붐 세대들의 자녀 세대를 지칭)에 맞는 술이 아니다."
조길수 디아지오코리아 대표이사(사진)는 지난 2일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말하며 위스키 시장의 새로운 소비자로 밀레니엄 세대를 꼽았다.
그는 장기간의 하락세에서 성장세로 돌아선 일본 위스키 시장과 한국 시장을 비교하면서 한국 위스키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피력했다. 조 대표는 현재 글로벌 위스키 제조사 종합주류기업 디아지오에서 한국시장과 일본시장을 책임지고 있다.
조 대표는 "위스키 업계는 더 이상 기성세대만을 대상으로 마케팅한다면 가능성이 없다. 미래의 밀레니엄 세대들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까지 밀레니엄 세대들에게 어울리는 술이 없다보니 소주를 마시고 있는데, 어울리는 술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들이 즐기는 주류문화가 형성될 것"이라며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밀레니엄 세대들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 계속해서 리노베이션(renovation·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위스키시장은 2009년 이후 8년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디아지오코리아에 따르면 2008년 약 290만상자(1상자=9리터)였던 출고량은 지난해 약 170만상자로 38% 하락했다.
반면 한국시장과는 달리 일본 위스키 시장은 2009년 이래 최근 8년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988년 약 3000만상자로 최대 전성기를 누리던 일본 위스키 시장은 약 20년동안 장기 침체를 겪으며, 2008년 약 830만상자로 72% 가량 감소했지만 이후 서서히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 약 1500만상자로, 2008년 대비 75% 늘었다. 2011년부터 최근 5년간 연평균 8.1%의 높은 성장률이다.
조 대표는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위스키 문화가 발달한 대표적인 나라"라며 "위스키의 가치와 정통성을 바탕으로 위스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소비자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대중적이고 친숙한 위스키 문화, 깊이 있는 지식(Knowledge)까지 한국시장보다 크게 앞서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위스키 시장도 특정한 한 두 가지 제품의 성공만으로는 위스키 문화를 키워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며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제품과 소비자 경험을 확대하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한국만의 위스키 문화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디아지오코리아는 소비자의 가격부담을 덜어주고 새로운 위스키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조니워커의 200ml 소용량 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다음달 출시될 예정인 조니워커 레드 200ml 소용량 패키지 제품은 단순히 용량을 줄인 제품이 아닌 누구나 쉽게 정통 스카치 위스키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내놓는 패키지가 될 전망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최근 위스키 시장에 불고 있는 '저도주' 열풍에도 동참해 올해로 출시 20주년을 맞은 한국 위스키 시장 1위 제품인 윈저 브랜드의 W 시리즈(W아이스·W레어)를 출시한 바 있다. W 시리즈는 최근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국내 저도주 시장에서 소비자의 호평을 얻으면서 지난 6월까지 출시 1년3개월만에 250만병 판매를 돌파하는 동시에 저도주를 포함한 전체 위스키시장 시장점유율이 7%에 육박할 정도로 눈에 띄게 성장 중이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7%라는 점유율은 일부 위스키 제조사 전체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에 준하는 수준"이라며 "이런 성공을 발판으로 2017 회계연도(2016년 7월~2017년 6월)에도 지속적으로 이노베이션(innovation·혁신)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디아지오코리아는 ▲위스키는 유흥업소나 접대용 등 특정계층의 사람들이 마시는 술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개선해 위스키의 정통성 등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고 ▲위스키가 평소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음주의 한 옵션이 될 수 있도록 소비자 연관성을 높이며 ▲와인과 같이 위스키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스토리를 나눌 수 있도록 위스키와 관련된 지식을 높이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디아지오코리아는 오는 28일부터 시행될 김영란법에 대비해 접대용 술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가정용 판매 비율을 높이기 위해 수퍼마켓이나 대형마트 등의 유통채널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조 대표는 "일본 위스키시장은 가정용 판매비중이 50%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80%가 업소에서 이뤄진다"며 "최근 국내 시장에서도 '홈(Home)술' 문화가 급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를 타고 가정에서도 RTD 등 젊은 여성들이 즐겨 마실 수 있는 여러 리노베이션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오랜 침체를 딛고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과 같이 스카치 위스키의 핵심 가치와 정통성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제품을 소개하고, 다양한 소비자 경험을 통해 위스키 문화를 키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후쿠오카에 위치한 한 바(Bar)에서 바텐더들이 위스키를 활용한 칵테일을 제조하고 있다. (사진제공=디아지오코리아)
후쿠오카현(일본)=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