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끌고, D램 밀고…반도체 성수기 진입에도 불안

업황 부진 시 상위 업체간 희비도 뚜렷하게 갈려

입력 : 2016-09-05 오후 6:19:54
[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국내 반도체업계가 하반기 성수기 진입을 앞두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다만 상반기 부진한 업황 탓에 업체간 기술 격차에 따른 성과가 뚜렷하게 갈렸던만큼 향후 업황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기술 확보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5일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4기가비트(Gb) DDR3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전달(1.34달러) 대비 2.44% 오른 1.38달러를 기록했다. 4Gb DDR3의 고정가격은 D램의 가격의 지표가 되며, 지난 2014년 10월 3.78달러에서 6월 1.25달러까지 19개월 연속 하락을 거듭해오다가 6월을 기준으로 반등해 두달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D램과 마찬가지로 연일 하락세를 보이던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2분기를 지나며 2.3달러(64Gb 8Gx8 MLC 기준) 안팎에서 안정되는 모습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이같은 가격 안정화 속에 하반기 성수기 진입에 따른 D램과 낸드 수요 급증이 겹치며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반기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애플 아이폰7, LG전자 V20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을 비롯해 중국업체들의 신작들도 출시를 앞둔 만큼 D램과 낸드 모두 수급 상황이 개선될 전망이다. 
 
김민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9월 애플의 아이폰7과 중국업체들의 지속적인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로 인해 공급망 업체들이 재고를 늘리고 있고 이에 따라 D램과 낸드 모두 하반기 공급이 빡빡할 전망"이라며 "서버향 판매 역시 3분기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서버 D램 주문 또한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며, D램 고정가격은 1~3% 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선보인 4세대 V낸드를 기반 하이엔드용 Z- SSD.사진/삼성전자
 
하지만 이같이 긍정적인 하반기 전망에도 각 반도체 업체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PC와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의 성장 둔화가 이미 가시화된 상황에서 반도체 시장 역시 안정적 미래를 담보하기는 어려운 상황. 더군다나 최근 반도체를 향한 중국의 굴기가 뚜렷해진만큼 공급과잉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당장 상반기 업황이 안좋아지자 업체간 희비가 뚜렷하게 갈렸다. 10나노급 D램과 V낸드 등 기술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상반기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가 불안한 업황 속에서도 5조2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역대 두번째로 좋은 성적을 기록한 반면, 2, 3위 업체인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은 바로 주저앉는 모습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147억원에 머물렀으며, 마이크론(미국 회계 기준 2, 3분기)은 24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좋을 때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술 격차와 관련 없이 모든 업체들이 호황을 누릴 수 있지만, 업황이 조금이라도 나빠지면 바로 성과가 갈릴 수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보였던 불안한 시장구조가 상반기까지 이어지며 상위 3대 업체들의 성과마저 가른 것을 볼때 기술경쟁 우위가 갖는 중요성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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