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담배회사 CEO '단명시대'

BAT·JTI코리아 등 잦은 수장 교체

입력 : 2016-09-07 오후 4:09:41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국내 담배 시장에서 외국 담배회사 사장들이 '단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임기 1년도 못 채우고 스스로 물러나거나 교체되는 등 수난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BAT코리아는 최근 신임 사장으로 토니 헤이워드 전 아메리카 재무 총괄을 선임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전임 사장인 에릭 스톨 사장이 올해 초 선임된지 4개월여만에 한국을 떠나 말레이시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점이다. 신임 사장이 선임된지 약 4개월만에 자리를 옮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특히 BAT코리아에 대한 당국의 특별세무조사라는 악재와 수장 교체시기가 묘하게 맞물려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BAT코리아측은 "에릭 스톨 전 사장이 지난 5월 BAT말레이시아 사장직으로 이동했으며 이후 BAT코리아의 사장 자리는 공식적으로 공석이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최근 BAT코리아에 대한 재고차익에 의한 탈세 의혹 등이 제기되며 대대적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이 수장 교체의 배경이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BAT코리아는 '던힐 편법 밀어내기', 이전가격 조정을 통한 절세기법 사용 등의 의혹을 받아왔으며 최근에는 감사원, 국세청 등으로부터 세무 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일본계 담배회사인 JTI코리아에서도 감지된다. JTI코리아는 스티브 다이어 사장이 지난해 초 선임돼 현재까지 임기를 이어오고 있지만 전임자였던 아나스타시오스 싯사스 사장이 불과 임기 1년만에 돌연 사퇴해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 최하위를 기록중인 JTI코리아가 담배값 인상발표까지 겹치며 싯사스 사장이 경영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담배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JTI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은 6.6% 수준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2356억원으로 전년대비 2.93%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71억원에서 132억원으로 증가했다.
 
JTI코리아는 싯사스 사장에 이어 스티브 다이어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노사 갈등 등 여전히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담배 시장의 특성상 외국인 CEO지만 국내 정부의 관리를 받는 규제산업 내에서 경쟁을 해야하고 이 부분에서 적잖은 어려움에 직면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같은 외국계 담배회사 중 유일한 한국인 CEO인 정일우 필립모리스 사장이 6년째 임기를 지키며 장수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해준다.
 
외국 회사일지라도 담배 시장이 한국 정부의 규제 대상인만큼 한국인 CEO가 국내 소비자 및 기업 정서를 잘 알고 규제당국의 요구에 대한 위기 대응력도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담배 시장에서 외국 담배들은 60%의 점유율로 1위인 KT&G(033780)의 점유율 뺏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내수 장악력을 높이는 데는 국내 비즈니스 문화와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한국인 CEO가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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