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베트남)=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한국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를 보고 한식에 푹 빠졌어요. 김치도 좋아하고 친구들과 김밥, 비빔밥을 자주 먹어요"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호치민의 중심 거리인 923광장에서 열린 '2016 K-푸드페어'의 한식 체험행사장을 찾은 베트남 대학생 니(21)씨는 여러가지 한식 체험장을 둘러보며 '응온(맛있다)'을 연발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식을 처음 알게됐다는 그녀는 이제는 한식 마니아로 통한다.
수출 상담실적 2800만달러…성장 가능성 매우 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가(aT)는 8일부터 11일까지 베트남의 경제 수도로 불리는 호치민에서 한식의 베트남 진출과 현지 분위기 조성을 위한 행사를 개최했다.
8일과 9일에는 호치민 GEM센터에서 베트남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들의 설명회를 비롯해 바이어들과 1:1로 만날 수 있는 수출상담회가 진행됐다.
8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개막한 '2016 베트남 호치민 K-푸드페어'에서 수출기업들이 설명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수출상담회에는 30여개 한국기업이 참여했고, 상담이 이뤄진 제품은 과일과 홍삼, 주류, 과자, 삼계탕, 떡볶이 등으로 다양했다. 한류에 대한 열풍은 고스란히 한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상담회장을 찾은 인파를 통해서도 한식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베트남을 비롯해 인근 태국과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에서 찾은 90여명의 바이어들 앞에서 안전한 먹거리를 강조했던 훈제칠면조 생산업체 이푸드의 민정일 부장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베트남으로 진출할 기회를 얻었고 하노이에 어어 이번에는 호치민을 찾았다고 말했다.
민 부장은 "한국에서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B2B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베트남은 거리도 가깝고 문화권도 비슷해 시장 진출 가능성이 매울 높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일주를 들고 베트남을 찾은 한국애플리즈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한 확 애플리즈 과장은 "미국과 일본, 호주, 싱가폴, 뉴질랜드, 중국에 수출이 이뤄지고 있고 베트남에서도 발효주의 수요가 있다"며 "품질로 차별화하고 현지 유통망을 잘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농식품의 베트남 수출액은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으로 수출된 한국 농식품은 4억6100만달러 규모로 지난 2012년 이후 베트남은 한국의 농식품 4대 수출국 가운데 하나로 올라선 상태다.
뜨거운 관심을 받은 한식은 이번 수출상담회에서 2800만달러 규모의 상담실적을 올렸고, 즉석에서 계약서를 체결한 기업도 10개에 달했다.
김동관 aT하노이지사장은 "베트남은 매년 6%의 경제 성장률을 보이는 나라로 소매유통시장이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금 소비 확대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한식 맛보러 8만여명 모여…젊은 트렌드 가능성 높아
베트남은 한류가 한창이다. 그 한류에 힘입어 한식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 10일과 11일 베트남 호치민의 923광장에서 열린 한식 소비자체험행사에는 8만2000여명이 한식을 맛보기 위해 몰려들며 열기를 실감케 했다.
행사가 열린 923광장은 호치민 내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고 또 프랑스와의 독립전쟁을 기념하는 유서 깊은 곳으로 외국 행사에 장소를 내어준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소비자들을 비롯해 베트남 현지에서도 이번 행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10일 베트남 호치민 923공원에서 열린 '2016 K-푸드페어 호치민' 소비자체험행사에 모인 현지인들이 떡볶이를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사.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923공원에서는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는 식품기업 7곳과 K마켓 등 현지 한국식품유통업체 8곳, 돈치킨 등 베트남에 진출한 외식업체들이 부스를 만들어 입맛 공략에 나섰다. 행사장을 찾은 인구도 한류를 좋아하는 10대와 20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베트남의 인구는 9300만명 정도인데 30대 이하의 젊은층이 60%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력이 커지면서 소비력을 가진 이들 젊은층의 입맛 공략이 식품 수출의 열쇠를 쥐고 있다.
행사장을 찾은 대학생 증김쩐(18)씨와 티응탐(18)씨는 SNS에서 Ks푸드 동호회를 통해 행사를 알게 됐다. Ks푸드 동호회는 말 그대로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라고 설명했다. 평소 한식을 좋아해 즐겨 먹는다는 이들은 김밤과 라면, 떡볶이를 가장 많이 먹는다고 했다. 그들은 "라면을 사서 끓여 먹으면 식당에서 먹는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10일 베트남 호치민 923공원에서 열린 '2016 K-푸드페어 호치민' 소비자체험행사에서 관람객이 김치를 맛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유병렬 aT 농수산식품기업지원센터장은 "젊은층이 많은 베트남인만큼 수입식품에 대한 거부감도 적고, 마케팅과 홍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보다 많은 젊은층이 한식을 직접 접해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와 aT는 현지에 진출하지 않은 기업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인터넷몰을 꾸몄고, 이 날 젊은층이 '직구'에 사용할 수 있는 배송료 쿠폰 4000여장은 금세 동이 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한편 한국 농식품 해외 수출의 대표 마케팅사업인 K-푸드페어는 이번달에 중국 우한에서 한차례 더 열리며 다음달에는 인도네이사 자카르다, 태국 방콕, 11월에는 두바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호치민(베트남)=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