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다른 사람 소유의 컨테이너를 무단으로 옮긴 경우라도 컨테이너를 본래 목적에 따라 사용할 수 없게 한 정도가 아니라면 재물손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주모(54)씨와 장모(40)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컨테이너와 그 안에 있던 물건에 물질적인 형태의 변경이나 멸실, 감손을 초래하지 않은 채 컨테이너를 보관창고로 옮겼을 뿐"이라며 "컨테이너의 효용을 침해해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여기에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공모해 컨테이너의 효용을 해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재물손괴죄에서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씨 등은 지난 2014년 10월 인천의 한 건설회사가 건물 점유를 위한 수단으로 놓아둔 시가 100만원 상당의 컨테이너를 피해자의 동의 없이 경기도 시흥시의 한 컨테이너 보관창고로 옮겨 놓은 혐의(재물손괴)로 기소됐다.
1심은 재물손괴죄의 유죄를 인정해 주씨와 장씨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씩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피고인들에게 재물손괴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다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주씨와 장씨에게 각각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