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연구참여업체에 연구원들의 급여비를 요구하고 술값 등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연구원들에 대해 대법원이 뇌물죄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과 사기·업무상배임·제3자 뇌물수수·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정부출연연구기관인 KBSI 연구원 이모(51)씨와 김모(56)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A사 임원들에게 연구원들 인건비가 너무 적어 과제 수행이 어렵다면서 인건비를 지원해주면 가공납품을 보전해주겠다는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한 데 이어 법인카드와 술값 대납, 골프채 구입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 했다"며 “피고인들과 A사의 이 같은 거래행위는 피고인들의 연구비 예산전용에 A사가 단순히 편의나 협력을 제공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오히려 피고인들의 행위는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것으로서 피고인들로서도 A사와의 금품거래가 뇌물에 해당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피고인들이 금품거래 당시 A사가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을 사후에 보전해 주기로 약정했더라도 달리볼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의 행위를 A사가 피고인들의 연구비 예산 전용에 관해 불법적 편의나 협력을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뇌물혐의를 무죄로 판단 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씨 등은 신약후보물질 개발연구 참여사인 A사 임원 김모(52) 전무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자신들이 데리고 있던 연구원 2명에 대한 급여비 명목으로 총 2900만원을 건네도록 하고 A 법인카드를 받아 1300만원을 사용한 혐의(뇌물)로 기소됐다.
이들은 또 외상 술값 1166만원을 A사가 대신 갚게 하고 793만원 상당의 현금과 골프채를 받은 한편, A사가 납품하지 않은 물품을 수령한 것처럼 속여 A사가 대금을 지급받게 한 혐의(사기·업무상배임)도 함께 받았다.
1심은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이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7000만원을, 김씨에게는 징역 2년에 벌금 4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사가 지급한 금원 등은 피고인들의 연구비 예산 전용에 관해 불법적 편의나 협력을 제공한 것에 불과하고, 금품거래의 직무 관련성이나 피고인들에게 뇌물수수의 직무 관련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 증명이 부족하다"며 뇌물죄 부분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면서, 사기·업무상배임죄만 유죄로 인정해 이씨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김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각각 감형했다.
한편, 대법원은 같은 사건에서 연구원들의 급여와 법인카드 등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기소된 A사 김 전무와 연구소장 채모(41)씨에 대해 뇌물공여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같은 이유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