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신동빈 회장의 검찰 소환으로 롯데그룹이 '폭풍전야'의 형국이다.
장기간의 검찰 수사로 그룹이 초토화 된 상황에서 총수의 경영공백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안팎으로 번지고 있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신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20일 진행된다. 수사팀은 소환조사는 한 번에 끝내고 곧바로 신 회장에 대한 신병 처리를 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연관된 횡령·배임 혐의 액수가 2000억원 안팎으로 혐의 금액 규모와 신 회장의 그룹 내 지위 등을 감안해 검찰이 구속 영장 청구를 신청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며 협조한다는 입장 외엔 따로 드릴 말이 없다"며 "그룹 경영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검찰이 구속 수사로 가닥을 잡아 신 회장의 부재가 현실화 될 경우 그를 대신할 그룹 내 인사가 마땅치 않아 사실상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마비된다는 점이다.
롯데그룹의 정책본부를 이끌며 신 회장을 대신해 그룹 내 조정자 역할을 했던 고 이인원 부회장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돌연 자살했다. 이외에도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 등도 그룹 비리 의혹과 관련 줄줄이 조사대상에 올라 운신의 폭이 좁은 상태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이 자칫 이번 검찰 수사로 구속 기소될 경우 지난해 불거진 경영권 분쟁에서 한·일 롯데 '원리더'로 등극한 신 회장의 꿈도 좌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롯데 안팎에선 신 회장 소환과 신병처리가 결정되는 이달 말까지가 롯데그룹의 운명을 가늠할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공백이 현실화 될 경우 롯데의 경영 정상화 속도도 더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신 회장이 꿈꾸던 대형 프로젝트 수주나 M&A 등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짐은 물론, 투자 및 고용 등의 위축 등 상당한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신 회장의 부재시 한일 롯데그룹 전반의 지배구조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한국롯데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롯데의 정점에는 롯데홀딩스라는 지주회사가 있다. 롯데홀딩스는 광윤사가 28%, 종업원지주회가 27%, 임원지주회가 6%, 관계사가 14%의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13%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신동빈 회장이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 관계사 등으로부터 과반 이상 주주의 지지를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향후 신 회장의 경영 부재 상황이 발생한다면 일본롯데홀딩스의 경영권 행방이 묘연해질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내수 업종 위주인 만큼 총수 부재사태로 번질 경우 그룹 이미지 타격은 물론 경영 차질이 불가피하다"라며 "경영권을 유지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주주들의 지지가 이어질지도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일 신동빈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다. 사진은 서울 중구 롯데본사 건물 앞에 빨간불이 켜진 모습.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