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117930)의 컨테이너 선박이 하역작업을 재개하면서 선박압류 등으로 인한 물류대란의 급한 불은 끄게 됐다. 하지만 한진해운 모회사인 한진그룹과 정부의 금융지원이 지연되면서 화주기업들의 피해는 산더미처럼 쌓여 무려 1억47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추석 이후 한진해운 사태 관련 물류대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19일 이사회를 소집해 법정 관리 중인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했으나 해외 선사와 금융사 등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진해운은 19일 미국과 스페인에 이어 일본에서도 한진해운 선박의 하역 작업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일본 법원으로부터 ‘스테이 오더(선박 압류 금지요청)’ 승인을 받은 한진해운은 18일 오전 도쿄항에서 ‘한진 제네바’호에 실린 일부 화물을 하역한 뒤 부산항으로 출발했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31일 법정관리 신청 후 미국과 스페인에 이어 일본에서 하역 작업을 재개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전세계 8개 항구를 거점으로 한진해운의 선박을 유도해 하역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한진해운은 현재 용선료 등이 밀려 외국 항만에 들어가면 해외 선주 등 채권자에게 선박이 압류될 수 있다. 하지만, 안전 항만으로 분류된 곳에서는 선박 압류 금지 요청이 적용돼 선박 압류 등의 위험이 줄어든다.
문제는 스테이 오더는 일시적인 것으로 정부와 한진그룹의 추가자금 지원 등 근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금융지원이 늦춰지면서 협력업체의 피해금액은 늘어나고 있다. 금융위 역시 “한진해운이 정상적 영업에 어려움을 겪어 협력업체(화주)의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진해운 모회사인 대한항공 이사회는 한진해운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600억원의 지원방안과 함께 조양호 회장이 400억원의 사재출연을 약속했지만, 대한항공이 600억원에 대한 구체적 지원방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이 보유 중인 롱비치터미널 등 해외터미널 지분과 한진해운 자회사인 TTI(롱비치터미널 운영회사)에 빌려준 대여금(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현재로써는 대한항공이 새로운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물류대란에 따른 화주 기업들의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한진해운 협력업체 피해는 총 609곳이다. 현재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69척에 실린 박스는 총 34만개에 달한다. 여전히 수출입 화물이 입항 거부를 당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수출화물 무역애로 신고센터'로 접수된 국내 기업 누적 신고건수가 총 388개사, 397건으로 집계됐다. 피해 금액은 1억4700만 달러(1654억원)로 집계됐다. 유형별로 ▲해외 입항거부 174건으로 가장 많았고 ▲해외 선박억류 115건 ▲해외 출항거부 14건 ▲해외 반입거부 13건 ▲기타 45건 ▲피해 우려 36건 등으로 나타났다.
항로별로는 아시아가 180건으로 가장 많았고, 유럽과 미주가 각각 178건, 156건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해외 현지항구의 선박 가압류로 인해 화물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납기 지연에 따른 생산차질과 추가비용이 발생해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화주 기업과 1:1 상담을 통해 금융 애로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특별대응반을 통해 건의사항을 신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겪는 고통의 일차적 책임은 최대주주와 경영진인데, 사재출연 등 자구안 마련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중요한 건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 사태를 초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협력사부터 줄도산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한 시라도 빨리 자금지원 등 국내 물류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발빠른 대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