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렌탈’, 해외에서도 통할까

코웨이·쿠쿠 “성공 가능” vs. 청호·동양 “검토 필요”

입력 : 2016-09-19 오후 6:38:23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2008년 4조5000억원 규모에서 올해 25조9000억원으로 국내 렌탈시장이 급성장한 가운데, 이를 주도하는 소위 ‘한국형 렌탈 시스템’이 해외시장에서도 통할지 여부에 업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관리사의 방문판매와 사후관리를 골자로 하는 한국형 렌탈 시스템은 1998년 코웨이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고가의 정수기를 선뜻 구입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작됐지만, 렌탈 판매와 제품 관리과정에서 지속적인 이윤이 창출되면서 렌탈 품목은 비데,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전방위로 확대됐고, 후속업체들도 속속 등장해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팽창했다.
 
김용성 코웨이 해외사업본부장(앞에서 세 번째 줄, 왼쪽 5번째)이 지난 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말레이시아 법인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에서 현지 임직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코웨이
 
방문판매 채널로 국내 렌탈시장을 장악한 코웨이는 한국형 렌탈 시스템의 해외수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06년 말레이시아에 법인을 세워 시장을 개척해온 코웨이는 현재 현지 정수기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올해 1분기에는 누적 30만 계정을 돌파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현지 최초로 도입한 렌탈 시스템과 한국형 코디서비스로 시장 판도를 바꿨다”며 “말레이시아 성공모델을 접목시켜 태국 등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코웨이의 뒤를 이어 쿠쿠전자도 말레이시아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3월 진출해 1년 만에 정수기 렌탈 계정 2만5000개를 달성했고, 내년 20만개를 목표로 영업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렌탈 사업을 말레이시아, 미국, 중국에서 진행 중이며 필리핀, 인도네시아, 홍콩, 마카오 등 10여개 국에서 하반기 운영할 계획”이라며 “해외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반면 업계 내 다른 회사들은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지난 2006년 중국 광동메이디와 설립한 정수기 합자법인이 안정권에 접어들고 있어 중국 시장에서 렌탈 판매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수준”이라고만 답했다. 동양매직은 “해외수출 확대는 노력하고 있지만, 렌탈 사업은 좀 더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말레이시아 이외에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한국형 렌탈 시스템이 세계시장에 보편적으로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이 나온다. 코웨이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말레이시아, 미국, 태국, 중국 등 해외시장에 도전했지만, 말레이시아 외에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과거 진출했던 일본과 이탈리아에서는 손해만 보고 법인을 철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생활가전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과 현지에서 한국형 렌탈 사업을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며 “외국의 경우 방문판매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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