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생명보험사들의 개인의 보험 가입이 줄어들고 단체 계약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생보사들의 신계약 건수는 806억361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83억8694건보다 22만4921건 증가했다. 반면 신계약 금액은 187조7026억원으로 지난해 201조1880억원 보다 약 13조원 감소했다.
가입 건수는 증가했지만, 가입금액이 감소한 이유는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가계 가입자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생보사의 신계약은 단체와 가계 가입자인 개인으로 구분되는데 단체 신계약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만9750건, 2조9886억원 늘어난 반면, 개인 신계약은 4829건, 16조4740억원 감소했다.
단체보험은 퇴직연금이나 직원들 위한 상해보험 등으로 개인 계약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 또한 고객 한 명 한 명을 개별계약으로 구분해 건수는 많이 잡히지만 각 건별로 금액이 작아 가계 계약에 비해 가입 금액이 적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가입하는 단체보험을 제외하면 보험이 꼭 필요해서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고객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생보사들이 역마진을 줄이기 위해 저축성 보험 판매를 중단한 것도 개인 가입자가 줄어든 이유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생보사들은 금리 부담이 있는 저축성 보험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 보험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반대로 고객들은 저축성 보험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축성 보험은 장기라는 부담은 있지만 시중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팔고 싶은 상품과 고객이 계약하고 싶은 상품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생보사 설계사 A씨는 "최근 고객들을 만나보면 새로운 보험 가입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며 "저축성 보험은 높은 금리 때문에 관심이 있는 고객도 있지만 보장성 보험은 가입하려는 고객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지표인 돈을 내지 못해 보험이 해지되는 효력상실 해지도 소폭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전체 생보사의 효력상실 금액은 114조97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3조2776억원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가계 사정이 나빠지면서 보험료를 제때 내지 못한 고객이 늘어난 것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모든 생보사가 저축성 보험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 보험 판매에 집중하면서 가입금액이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이라며 "거둬들이는 보험료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저축성 보험 비중을 낮춘은 것이 회사 수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