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정부가 공기업 여성 임원 비중 30%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작 국내 주요 30개 공기업에는 여성 임원이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2년 전까지는 2명의 여성 임원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퇴직을 하면서 '제로' 상태가 됐다. 임원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부장급에서도 여성 인력비중이 약 2%에 그쳐 당분간 여성 임원이 배출은 어려울 전망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알리오에 공개된 시장형, 준시장형 30개 공기업의 고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여성임원은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30개 공기업의 임원 수는 총 139명. 2014년까지는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철도공사에 각각 1명씩의 여성임원이 있었지만 이들이 퇴직하면서 '전멸' 상태가 됐다.
공기업의 여성 임직원 비중은 현 정부 출범이후 꾸준히 높아져왔다. 2013년 초 11.5%에서 2014년 12.0%, 지난해 12.4%, 올해는 12.9%까지 비중이 커졌다. 하지만 고위직으로 갈수록 비중이 급감해 전형적인 '유리천장' 구조다.
임원으로 갈 수 있는 부장급 인력 비중도 1.9%에 불과하다. 남성은 7046명인데 반해 여성은 139명 뿐이다. 특히 여수광양항만공사와 울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동서발전, 한국마사회, 해양환경관리공단 등 7개 공기업은 여성 부장이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 관리자인 차장과 과장급에서는 여성 비중이 조금 높아진 8.5%, 사원급에서는 19.5%였다.
여수광양항만공사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30개 공기업 가운데 여성인력이 가장 적은 곳은 대한석탄공사로 전체 임직원 1380명 가운데 여성인력은 41명, 3.0%에 불과해했다. 여수광양항만공사(8.6%), 한국철도공사(9.4%), 한국도로공사(9.7%), 한국남부발전(9.9%) 등도 여성인력 비중이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여성인력 비중이 가장 높은 공기업은 한국관광공사였다. 관광공사는 전체 602명의 임직원 가운데 240명이 여성으로 39.9%였다. 뒤를 이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39.1%,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29.2%, 주택도시보증공사 27.7%, 한국감정원 26.8% 순이었다.
직급별로 부장급 여성 인력이 가장 많은 곳은 한국지역난방공사로 723명 가운데 46명(6.4%)이었다. 이어 한국철도공사가 643명 중 19명(3.0%), 한국관광공사 97명 중 10명(10.3%)순이었다.
차·과장급에서는 한국철도공사가 1만8344명 가운데 여성이 1079명(5.9%)을 차지해 가장 많은 수를 나타냈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92명 중 36명(38.8%)이 여성으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사원급에서는 오히려 여초 현상을 보이는 곳도 있었다. 한국감정원과 한국관광공사의 경우 각각 279명 중 153명, 323명 중 177명이 여성 인력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53.2%)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54.6%) 역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