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해 건설, 부동산 시장이 국내 경제성장을 직접적으로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택시장의 열기가 더해지면서 주택매매거래와 분양 물량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하지만 동시에 급격하게 증가하는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주택시장은 국내 경제의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22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실물경기의 건설투자 의존 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내 경제성장은 수출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건설부문의 의존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올 2분기 경제성장에서 건설투자의 성장기여율은 51.5%로 최근 20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분기 건설업 성장률은 12.4%로 1993년 4분기 이래 최고 수준에 달했다. 최근 국내 수출 부진을 건설부문이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상 건설부문의 투자가 국내 경제 상승을 주도한 셈이다.
이같은 추세는 2분기 이후에도 이어져 7월 건설업 생산은 전체 산업생산 증가에 약 38%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인프라 투자액이 줄고 공공공사 발주가 감소하면서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기도 했지만 대형사를 중심으로 주택 물량이 크게 늘면서 전체 건설업 성장률이 상승한 덕분이다.
특히 주택부문이 전체 건설투자를 주도했다. 주택 투자는 지난해 2분기 이후 두 자릿수 증가를 지속하고 있으며 최근 3분기는 증가율이 20%를 상회했다. 올 2분기의 경우 지난해 2분기에 비해 주거용 건물에 대한 투자가 4배나 급증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의 주택투자 증가가 금융위기 이후 투자 부진에 대한 반등의 측면도 내포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인구증가율이나 경제성장률이 훨씬 낮아진 상황에서 높은 투자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과잉투자 및 공급과잉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됐다. 대구, 창원 등 지방 일부 도시의 경우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증가와 주택가격 하락이 진행되고 있으며 용인 등 점차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주택시장이 지목돼 각종 규제 압력까지 받고 있다.
향후 주택가격 급락을 막기 위해 주택시장 열기를 누그러뜨려야 하지만 자칫 하다가 부동산 시장 침체에 이은 국내 경제 성장 저하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직접적인 시장 개입을 할 수 없는 정부도 답답한 상황이다.
특히 향후 미국발 금리 인상이 국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원리금 부담이 높아져 가계부채 문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시한폭탄으로 불리기도 한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경우 내수의 성장견인 역할 확대가 필요하지만, 최근과 같은 건설투자 의존형 성장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장기간 지속되기도 어렵다"며 "가계부채 문제의 관리 강화를 통해 주택투자 과열을 억제하는 한편, 민간소비와 서비스산업의 성장기여도를 높여 수출과 제조업의 부진을 보전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경제성장을 견인한 건설, 부동산 시장이 한편으로는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경제 성장의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개관한 동탄2신도시 ‘호반베르디움 6차’ 견본주택을 찾은 내방객들의 모습. 사진/호반건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