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수년째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장 투불 신임사장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나섰다. 이 자리에서 신임 사장은 국내 위스키 1위 타이틀 확보를 자신했다. 하지만 위축된 시장, 후발주자의 약진 등 악재에 대한 구체적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부활에 대한 물음표만 확인하는 자리였다는게 현장 분위기다.
2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투불 페르노리카 사장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거 우리는 '넘버원'이던 시절이 있었다"며 "다시 한국 주류시장에서 '넘버원'이 되는 것이 우리의 중장기 목표"라고 말했다.
프랑스 ESCP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투불 사장은 2014년 10월부터 1년 10개월간 대만 페르노리카 사장으로 재임하다가 이달 초 페르노리카 코리아 신임 사장으로 부임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투불 사장은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며 "성장의 모멘텀을 찾아 제2의 도약을 이루고자 하며 이를 통해 한국 주류시장의 리더 자리를 되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단기간 내에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부활은 기대하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임페리얼', '발렌타인', '로얄살루트' 등 유명 위스키를 수입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 2000년 진로발렌타인스를 인수한 후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섰지만 2008년부터 이 자리를 경쟁사인 디아지오코리아에 내줬다.
이후 2013년에는 적자전환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고, 2014년엔 시장 침체와 인력 적체가 심하다는 이유로 희망퇴직을 받아 직원 30여 명을 내보냈다.
점유율도 해를 거듭할수록 내리막길이다. 2012년 35.4%였던 페르노리카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5.3%까지 떨어진 데 이어 올 초에는 후발주자인 골든블루에게 2위 자리마저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6월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장 투불 신임 사장을 선임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으며 직원의 약 15%를 줄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까지 단행되는 등 흉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일각에선 한국 주류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을 부진의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같은 외국계 위스키 업체지만 한국인 대표를 두고 있는 디아지오나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것도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더해준다.
실제 위스키 시장 침체 속에서도 디아지오의 '윈저'는 30%대 점유율을 굳건히 유지하며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의 '글렌피딕'은 매년 7~8%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최근 출시한 위스키 '그린자켓'도 출시 한 달만에 10만병이 판매되며 인기를 끌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위기를 투불 사장도 인식하고 있다.
그는 주력 제품의 부진과 관련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성공은 1순위 브랜드인 임페리얼과 2순위인 발렌타인, 앱솔루트의 성공에 달려있다"며 "넘버원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임페리얼의 하락세를 멈춰야 하며 임페리얼의 성공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갈등을 빚었던)노조와도 열린 마음으로 소통을 하고 회사의 미래를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다음 주 발효되는 일명 김영란법이 위스키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김영란법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투명성과 윤리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위스키 업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장 투불 페르노리카 코리아 신임 사장이 2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페르노리카 코리아)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