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해외연수 보고서 표절, 또 표절

미래부, 산하기관 보고서 베끼기도…문미옥 "밝혀지지 않은 사례 더 있을 것"

입력 : 2016-09-29 오후 3:19:59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미래창조과학부의 조모·이모 사무관은 지난 2014년 12월 7박9일 일정으로 독일·프랑스 출장을 다녀온 후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무관은 산하기관이 작성한 보고서를 100% 표절해 각각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세 군데의 오타까지 똑같았다.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소속 직원들이 공무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후 작성한 보고서가 다수 표절되거나 부실하게 제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행태는 다른 부처나 기관에서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미옥 의원은 29일 “이달 26일까지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자체 분석한 결과 3개 기관의 공무 국외출장보고서 458건 중 40여건이 해당 국외출장에 동행했거나 출장기간이 중복되는 산하기관의 보고서를 표절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문 의원에 따르면 미래부 공무원들이 지난 2013년 1월1일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해외출장을 다녀온 후 제출한 333건의 보고서 중 20건이 표절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0건은 산하기관이 작성한 보고서와 100% 동일한 내용을 그대로 제출했다. 오타까지 동일하거나, 산하기관 입장에서 작성된 내용도 수정없이 그대로 제출된 사례도 발견됐다. 대부분의 내용을 산하기관의 보고서에서 발췌한 후 출장자가 일부 수정해 제출한 것도 9건이었다.
 
방통위의 경우 2013년 1월1일부터 올해 5월30일 사이 작성된 보고서 79건 중 6건이, 원안위는 2012년 1월1일부터 올해 6월30일 사이 제출된 보고서 46건 중 14건이 표절이었다.
 
부실한 보고서를 제출한 사례도 다수였다. 지난해 2월 미래부 OO국은 차관과 서기관, 사무관 등 6명이 동행한 가운데 6박8일 일정으로 영국과 벨기에, 독일 3개국을 방문했다. ‘유럽 창조경제 현장 방문 및 협력 논의’를 목적으로 2300만원의 경비를 지출한 출장이었지만 제출된 보고서는 A4용지 1장 분량에 그쳤다.
 
문 의원은 “55개 산하 공공기관 중 14개 기관의 보고서를 대상으로 의원실에서 일일이 대조했음에도 이정도로 많은 표절, 부실건이 발견됐다”며 “유관협회나 전체 산하기관과 대조했을 경우 표절·부실 보고서는 더 많이 발견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역대 국정감사에서는 다른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보고서 표절사례도 지적돼 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민주 박광온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지난 10년 간 국내·외 교육연수를 다녀온 기획재정부 공무원 136명 중 95명의 결과보고서(논문)가 표절된 의혹이 있다고 문제제기한 바 있다. 이들 95명에게 지급된 국가예산은 1인당 평균 6300만원 이었다.
 
이 중 16명은 해당 논문을 제출해 학위까지 취득한 상태였다. 한 기재부 공무원은 2012년 3월 ‘우리나라 재가노인 복지서비스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런데 이 논문은 2012년 6월 다른 사람이 학위를 취득한 논문에 표지와 이름만 바꿔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자신들이 용역을 준 보고서를 표절한 경우도 있었다.
 
박 의원은 국세청 직원 중에서도 국외훈련을 다녀온 85명 중 60명의 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41개가 표절 의혹이 있다고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표절 의혹이 있는 국세청 공무원들에게 지원된 체재비와 교육비 등 국가예산은 38억60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9427만원이었다.
 
박 의원은 지난해 질의에서 “공무원들의 표절이 공직사회의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면 연수제도의 전면적인 조사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내 한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다른 영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 연수의 경우, 현지를 시찰하고 전문가들을 만나는 일을 하지 않고 외유성으로 다녀오다가 벌어진 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문미옥 의원(가운데)이 지난 5월 국회 정론관에서 전국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특별대책위 학생들과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 대체복무제도 폐지에 반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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