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정부가 서울시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시는 노사 간 합의 없이 이뤄지는 정책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발했다.
고용노동부는 30일 오전 시 산하기관 공기업 5곳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노사합의로 결정한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시는 성과연봉제는 충분한 노사 합의 과정을 거쳐 결정해야 할 부분으로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국 119개 국가공공기관과 143개 지방공기업 중 유일하게 시 산하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SH공사,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서울시설공단 등 5개 공기업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는 "성과연봉제 도입방식을 노사합의만으로 한정한 결과 노조의 대화 거부 시 성과연봉제 도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시가 성과연봉제 도입 의지가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는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는 무엇보다 노사 합의로 결정할 사안이고, 저성과자 퇴출과도 연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4월27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노동존중특별시 선언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자신의 SNS에 "정부가 갈수록 이성을 잃고 있다"며 "공공기관에 당사자와 노동조합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보다 더욱 절실히 필요한 것은 '안전 및 공공성 평가제'"라며 "시민의 안전을 담보하고, 그 사업을 통해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가장 큰 의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는 이번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시에 불이익을 주겠다며 압박하고 나섰다.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을 시 총인건비 동결 및 경영평가 감점 등 페널티를 지속적으로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총인건비가 동결되면 사실상 내년도 보수 인상을 단행하기 어렵고 경영 평가 감점도 보수인상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시도 행자부 설계안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혁재 시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오후 2시 진행된 기자설명회에서 "큰 제도의 틀을 도입하는데 도입하지 않으면 벌점을 물리고, 페널티를 부여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페널티를 감수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 시기에 다시 고민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향후 시는 노사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한편 이어질 기관별 개별교섭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나갈 방침이다.
한편, 지난 29일 시와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 등 시 산하 5개 공사 노사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노사합의로 하기로 합의해 파업 종료를 이끌어냈다.
지난 29일 오후 2시 김태호 서울메트로 사장(앞줄 가장 왼쪽)을 비롯해 서울시 산하 노사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노사 합의로 결정하기로 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스1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