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부가 '아동학대 근절 매뉴얼'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번 포천 아동학대 사건으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경기도 포천에서 양부모에 의해 6살 딸이 살해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년 전 입양한 딸을 17시간 동안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부모는 평소 식탐이 많고 말을 듣지 않자 투명테이프로 온몸을 묶어 놓고 17시간 방치해 숨지게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부모에 의해 살해된 딸은 지난 6월28일 어린이집에 등원했다가 다음 날부터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다음 날 어린이집 교사는 양부모에게 전화했지만 아이가 수족구병에 걸렸다고 둘러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발표한 매뉴얼대로라면 해당 어린이집은 결석당일 부모와 연락이 됐어도 출석하기로 한 기일을 확인했어야 하나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교육부는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매뉴얼을 마련해 지난 4월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배포했다.
이 매뉴얼에 따르면 결석 당일 유선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 원장·원감에게 보고하고 유선 연락 지속 실시해야 한다. 원장은 수시로 보호자에게 유선 연락을 실시해 아동의 안전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원장은 유선으로 아동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가정방문을 실시해 아동의 안전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가정 방문 결과 아동학대가 의심되거나 아동의 소재·안전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원장은 수사기관(112)에 신고해야 한다.
출석하기로 한 기일이 지나도 출석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에 따라 관리·대응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또 지난달 30일 제10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는 '아동학대 대책 추진 평가 및 보완' 대책 보고도 개최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아동 무단결석 이틀째에도 연락이 안 되면 교직원과 읍면동 주민센터 사회복지 업무 담당자가 가정을 방문하고 그래도 아동의 소재와 안전이 파악되지 않으면 경찰이나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같이 정부도 아동학대 대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지난해 12월 굶주리다 탈출한 인천의 맨발소녀 사건부터 지난 2월 친부와 계모의 끔찍한 학대로 숨진 평택 원영이 사건 등 부모의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국의 무관심 속에 정부와 사회 시스템 전반에 구멍이 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에 경기대 청소년학과 이광호 교수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부 부처별로 종합대책을 내놓기보단 '왜 일어났는지'를 중점으로 접근해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보단 이 사건이 재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법제도적으로 구멍이 있었는지, 아니면 관계자의 안일한 대처에서 일어났는지를 정확히 점검하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3일 경기도 포천시 야산에서 경찰들이 3년전 입양한 6살 딸을 살해한 뒤 시신을 불태워 야산에 묻은 뒤 거짓 실종신고를 한 양부모 사건에 대한 현장 조사를 마치고 현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