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지난 9월30일. 소위 한미약품 발 '검은 금요일'에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혼란을 겪었다. 미래를 담보로 한 제약·바이오주의 가파른 성장은 한순간의 악재에 크게 조정받으며,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셀트리온, 알앤엘바이오, 젬백스, 내츄럴엔도텍을 거쳐 한미약품까지 바이오주 흑역사를 짚어본다. 아울러 올 하반기 대형주 랠리 속에 조정받은 업종이 이번 한미약품 사태로 바닥을 형성한 것인지, 대표적인 성장주인 헬스케어 업종 투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전문가들의 시각도 살펴본다.
한미약품(128940) 사태 이후 위축된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인 것을 비롯해 바이오·제약주는 국내증시에서 성장주를 대표하는 업종이다. 이 때문에 개별 기업이 큰 악재에 시달릴 때마다 업종 전체 투자심리에 미치는 악영향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13년 셀트리온, 알앤엘바이오, 젬백스 등이 바이오주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지난해에는 내츄럴엔도텍, 올해는 한미약품 발 악재가 제약·바이오주 투자심리를 잔뜩 움츠러들게 한 상황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메가톤급 기술이전 계약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제약 최강자로 부상했던 기업인데다 국내증시 내 시가총액 기준 50위권의 대형주이기에 이번 악재는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승승장구' 하다 한순간 '휘청'…투자자 혼란 가중
지난 2013년에는 바이오주에 악재가 유독 많았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068270)은 지난 2013년 4월 공매도 논란과 서정진 회장의 회사 매각 발언에 주가가 급락하며 변동성이 커졌다. 2012년 6만원 가까이 올랐던 주가가 공매도 영향에 미끄러지다가 2013년 4월 2만원대로 밀렸다. 그 해 4월 셀트리온 거래량은 약 9970만주로 상장 이후 현재까지 가장 높은 수치로 남아있다.
더욱 문제시된 것은 논란이 확대됐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대응하기도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셀트리온에 대한 분석을 중단했고 사태 1년여가 지나서야 보고서가 새롭게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2014년 9월 유럽의약품청(EMA)이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램시마'에 대해 최종 승인을 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주가 역시 반등했고, 지난해 3월에는 매각을 선언한 지 2년 만에 매각 중단을 공식화했다. 현재 셀트리온은 시가총액 12조3000억원 규모로 코스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3년 5월에는 알앤엘바이오가 상장폐지되기에 이르렀다. 줄기세포 대표기업으로 꼽혔던 알앤엘바이오는 각종 악재에 휩싸이며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개미들에겐 직격탄이 됐다. 이 회사가 상장폐지되기 전 제출한 2012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보면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 비중은 81.55%에 달했다.
같은해 6월엔 이른바 '젬백스 사태'가 터졌다. 젬백스가 췌장암 임상3상 실패 소식에 급락했고, 전달에 1조원을 넘겼던 시가총액은 한달새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젬백스는 현재도 시가총액이 5000억원 규모다.
지난해엔
내츄럴엔도텍(168330)이 열풍의 주역이었던 백수오의 '가짜 파문'에 급락했다. 지난해 4월 10만원을 바라보던 이 회사 주가는 현재 1만7000원대다.
개별 리스크, 제약·바이오 전체에 영향
이같은 바이오주들의 굵직한 악재는 개별종목에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 한미약품 사태가 불거지면서 제약·바이오주는 동반 급락했다. 특별한 개별 악재가 있지 않았지만, 신약 프로젝트 실패 가능성에 대한 부담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이 장중 급락 전환한 지난달 30일 코스피 의약품 업종지수은 6.75% 코스닥 제약지수는 2.53% 뚝 떨어졌다. 코스피 의약품 업종지수는 9월28일 1만선을 넘겼지만, 5일 기준 8800선까지 떨어졌다. 또, 코스피200헬스케어지수는 한미약품 사태 전날인 9얼29일 2418.93포인트에서 2091.59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내츄럴엔도텍이 하한가로 추락하면서 조정받을 당시 코스닥지수는 장중 5%대 폭락하는 등 코스닥시장에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때마다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보수적인 전망이 나오는 것도 반복되고 있다.
현대증권은 최근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신약 개발에 있어 임상 실패리스크는 항상 존재하지만, (한미약품의) 올무티닙 계약 규모는 8000억원을 넘었고 빠른 임상속도로 기대가 컸던 터라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보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로 인한 어닝 모멘텀 약화, 신약개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당분간 제약·바이오 업종지수는 부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미약품에 대해선 "글로벌 신약개발 역량을 가진 기업이라는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변화가 없지만 시장의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하는 상황이다. 연말로 예상되는 비만치료제 혹은 당뇨치료제 임상 진입과 그에 따른 대규모 마일스톤이 주가 상승의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