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한미약품 사태, 누가 공시를 믿겠는가

입력 : 2016-10-05 오전 11:21:33
한미약품(128940)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이번 사안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자본시장조사단이 4일 한미약품 현장조사를 실시해 관련자를 면담했고 휴대폰 등 자료를 확보했다. 금융소비자원은 한미약품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보면 단순한 공시실수로 보기 어려운 점들이 많다. 일단 호재성 공시는 29일 장 마감 후 했으면서 악재성 공시는 30일 개장하고 29분이 지난 시점에서 이뤄졌다. 
 
지난해에도 호재성 공시 다음날 악재성 공시가 이어진 적이 있었고, 소속 연구원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기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런 배경이 있다 보니 시장에서는 한미약품의 해명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지연공시에 대해 ‘특정 세력이 매도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태로 공매도에 대한 논란도 뜨거워졌다. 지난달 30일 공매도주식 규모는 10만4327주였으며, 개장 전부터 오전 9시28분까지는 5만471주로 집계됐다.
 
이날 하루 동안 공매도 규모가 9월 나머지 20거래일(9월1~29일) 규모를 다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인데, 악재성 공시 직전까지는 그 규모의 절반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이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호재성 공시를 믿은 투자자들은 피해를 보고, 미공개정보를 악용해 공매도에 나선 세력들은 큰 수익을 얻는 상황에서 과연 국내 주식시장에 신뢰가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증권사 리포트도 도마에 올랐다. 불과 2거래일 사이 한 증권사는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110만원에서 122만원으로 올렸다가 71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구체적인 숫자만 다를 뿐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한미약품은 물론 제약, 바이오 종목에 대한 신뢰 추락과 투자심리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에 일각에서는 지난해 한미약품의 주가급등을 이끌었던 기술수출 실적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번과 같이 계약과 관련한 악재성 공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사태 재발을 위해서는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에 대한 처벌수준이 미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이 재발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한미약품과 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김재홍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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