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후계자의 곳간들'

3세 소유 관계사들 '쑥쑥'…승계 위한 물밑작업 곳곳

입력 : 2016-10-06 오후 3:05:4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식품업계 1세대의 퇴장이 이어지며 미래 가업을 이끌 3세들의 역할이 주목되는 가운데 승계의 물밑작업 수단이 되는 오너일가 소유 관계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005180)의 계열사 '제때'(전 케이엔엘물류)는 지난달 다섯차례에 걸쳐 빙그레 지분 총 2만5483주를 장내 매수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회사가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자녀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때는 김 회장의 장남인 동환씨가 33.4%, 장녀 정화씨가 33.33%, 차남 동만씨가 33.33%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 자녀가 사실상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 회사다. 제때는 빙그레의 냉장·냉동 제품을 운송하는 물류업체로 그동안 내부 거래를 통해 꾸준히 성장해온 회사다.
 
일각에서는 아직 빙그레의 승계작업을 거론할 시기는 아니지만 제때의 빙그레 지분 매입을 두고 향후 경영 승계를 고려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이와 같은 오너일가 소유의 관계사들은 식품업계 내 다른 기업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하이트진로(000080)는 경영 승계 과정에서 생맥주 제조기 및 냉각기 제조사 '서영이앤티'가 부각된 바 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박문덕 회장의 장남이자 지난해 말 승진한 박태영 부사장(58.44%)으로 그룹 내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의 2대 주주(27.66%)이기도 하다. 서영이앤티는 박 부사장 외에도 차남 박재홍 씨 등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다.
 
풀무원(017810)은 오너인 남승우 대표의 장남 성윤씨가 지난해 94.95%의 올가홀푸드 지분을 사들이며 단번에 최대주주에 오른 바 있다. 올가홀푸드는 풀무원의 대표적인 유기농 계열사다. 풀무원의 경우 동업에 의한 창업과정과 남승우 대표 단독체제로 전환기를 거친 기업으로, 성윤씨의 경우 오너가 3세로 분류되진 않지만 본격적인 경영참여 없이 계열사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남 대표는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길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향후 올가홀푸드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너일가 소유의 관계사들이 모두 지탄을 받아야하는 대상은 아니라는 시각이 많지만, 편법승계 논란 등 부정적 사례들도 적지않다.  
 
사조그룹의 경우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오너일가가 대다수 주식을 소유한 비상장사 '사조시스템즈'가 자리하고 있다. 
 
사조그룹은 오너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를 키운 후 지주사로 올리는 전형적 편법상속 수법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때 라면명가에서 추락을 거듭 중인 삼양식품(003230)도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SY캠퍼스'(전 비글스)가 오너가 3세의 개인회사와 다름없다. 
 
SY캠퍼스는 2007년 2월 '비글스'라는 이름으로 설립됐고, 설립 10년만인 지난 3월 'SY캠퍼스'로 이름을 바꿨다. 이 회사는 오너가 3세인 전병우 씨가 불과 13세의 나이였던 2007년에 설립됐고 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병우씨는 신주인수권(워런트)을 이용한 주식투자로 70억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얻으며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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