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최근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규모가 성장한 것은 일부 메가-딜(Mega-deal) 때문입니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우리나라 M&A시장의 현황과 역할’을 주제로 열린 한국재무학회·자본시장연구원 공동 정책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국내 M&A시장은 지난해 기준 거래건수 623개, 거래규모 118조8000억원으로 5년 사이 각각 5.9배, 8.5배 성장했다”며 “특히 최근 2년간 거래규모 성장률은 연평균 51.6%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는 최근 들어 대기업 사업·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메가-딜(Mega-Deal)에 따른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최근 1~2건의 초대형 M&A가 이뤄진 영향”이라며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M&A시장의 규모가 여전히 너무 작다”고 꼬집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GDP 대비 우리나라 M&A시장 규모는 평균 3.4% 수준이다. 2000년 2.4%에서 지난해 7.1%로 증가했지만 이는 최근 2년간 급격한 대형 딜이 성사된 데 따른 영향이다. 실제로 2000~2015년 M&A 딜 평균 규모는 U자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외환위기 여파로 대형 M&A가 성사되며 규모가 증가한 후 침체기를 겪다가 2014~2015년에 SK, 삼성 등 대기업 사업지배구조 재편 관련 메가-딜이 이뤄진 탓이다. 최 박사는 “메가-딜은 업계 판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의 딜”이라며 “국내 기업간 10조원 이상의 메가-딜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상장사간 M&A가 활발해야 시장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 M&A 딜에서 인수기업의 59.8%가 상장기업이고, 피인수기업의 89.4%가 비상장기업”이라며 “비상장기업을 인수하는 M&A 딜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해 M&A 딜의 낮은 규모의 원인으로 작용, 비상장기업에 비해 규모가 큰 상장기업간 딜이 활발해야 시장 역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상장사의 상장사 인수는 전체 딜의 4.4%에 그치고 있다.
그는 재무자문사의 활용도가 매우 낮은 점도 지적했다. 최 박사는 “해외는 80% 이상의 딜을 재무자문사를 활용하는데 국내는 52%에 그친다”며 “딜 규모가 매우 작고, 성격도 (적대적이지 않은)우호적인 탓에 재무자문사의 역할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이 자체적으로 M&A 대상을 발굴하고, 협상하는 가운데 법률자문 쪽에만 집중하는 정도”라며 “재무자문사의 낮은 활용도는 보다 다양하고 전략적인 M&A 딜의 추진이 부족함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제적 효율성을 증진하기보다 대주주의 지분율을 낮추거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M&A가 사용되거나, M&A 과정에서 대주주의 사익추구에 의해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제도 보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양채열 한국재무학회장은 “M&A의 순기능인 사업구조 개편, 관련 사업간 시너지 창출, 신시장 진출, 규모·범위의 경제 달성 등 효율성 증진은 최대한 작동하는 한편, 역기능인 대주주의 상속·승계 문제, 일감몰아주기 규제 회피, 시장지배력 확대 등은 최대한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영서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국내 M&A 제도는 능력 있는 창업세대에 의해 주도된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다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는 무능한 경영을 규율할 수 있는 경영규율형 M&A의 부재, 지배주주와 소수주주간 이해상충과 형평성 등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며 “의무공개매수제도의 도입, 합병 시 주식교환비율 결정방식의 개선, 합병이사회의 선관의무 강화 등을 위한 제도보완, 부당한 행위에 대한 입증책임부과 등 사법 관행의 변화가 필요하고, 자사주 매입 등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취하는 방어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재무학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은 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우리나라 M&A시장의 현황과 역할’을 주제로 공동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권준상 기자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