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친구 진경준(49·구속 기소) 전 검사장에게 주식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김정주(48) 엔엑스씨(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이 진씨에게 주식 매수 대금을 처음 빌려준 뒤 나중에 돌려받지 못한 데에는 진 전 검사장의 ‘검사’ 신분이 이유가 됐다고 밝혔다. 또 제네시스 차량과 가족 여행경비 대납은 진 전 검사장의 요구로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회장은 진씨가 2005년 당시 검사 신분이라 돈을 돌려달라고 분명하게 밝히지 못한 면도 있다고 증언했다.
검찰 측이 김 회장에게 “왜 돈을 돌려받기를 포기하거나 돌려달라고 하지 못했느냐”고 묻자 김 회장은 침묵했다. 검찰이 “진 피고인이 검사라 돈을 돌려달라고 하지 못했느냐”고 다시 물었고 김 회장은 “여러 가지 이유가 포함돼 있었다”고 답했다.
다시 검찰이 “여러 가지 이유에는 진 피고인이 검사인 이유도 포함돼 있느냐”고 물었고 김 회장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갚아야 한다거나 (금전소비대차) 계약서를 써야한다고 단호하고 단단하게 일처리 하지 못한 점 반성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휴... 너무 괴롭다”며 “마지막까지도 경준씨에게서 돈을 받을 생각이 있었겠지만 어느 순간 포기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검찰 조사 결과 김 회장은 2005년 이상백 전 넥슨USA 법인장이 넥슨 주식 3만주를 매각하려고 하자 진 전 검사장과 김상헌 당시 LG부사장(현 NHN대표), 박성준 전 NXC 감사 등 3명이 1만주씩 사도록 다리를 놨다. 김 회장은 공판에서 “외부 주주가 들어오는 것보다 제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주식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진 전 검사장 등에게 주식을 매입할 자금으로 4억2500만원씩을 빌려줬다. 김상헌 대표와 박 전 감사는 김 회장에게서 돈을 빌린 뒤 주식을 샀고 이를 갚았다. 하지만 진 전 검사장은 김 대표에게 돈을 갚지 않았다. 진 전 검사장은 “김 회장이 준 주식 등의 이익은 호의와 배려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회장은 뇌물 혐의에 포함된 제네시스 차량 리스에 대해서는 “경준씨가 리스를 부탁했다. 그 차종으로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진 피고인은 증인이 먼저 리스 얘기를 꺼내 차를 타겠느냐고 주장했다”고 묻자 김 회장은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가족 여행경비 대납과 관련해서는 “경준씨 가족 여행경비 대금 결제를 먼저 부담하기로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검찰은 “여행사 직원이 ‘진 피고인이 경비를 넥슨한테 결제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는 진술 증거도 제시했다. “사전에 먼저 (진 전 검사장 측) 가족 여행경비 지급과 관련해 말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말한 적 없다”고 했다.
진 전 검사증은 지난 2005년 6월 김 회장이 제공한 넥슨 회삿돈 4억2500만원으로 넥슨 주식 1만주를 취득하고, 같은 해 10월과 11월 대여금 변제 목적으로 4억25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현직 검사장 신분으로는 처음 구속 기소됐다.
이후 2006년 10월 넥슨재팬 상장 지원 목적으로 설립한 S사에 넥슨 주식을 10억원에 팔고, 그해 11월 이중 8억5370만원으로 넥슨재팬 주식 8537주를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 전 검사장은 2008년 2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넥슨홀딩스 명의로 리스한 고급 승용차 제네시스를 무상으로 사용해 1950만원 상당의 이득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3월 제네시스의 리스명의 인수비용으로 3000만원을 받았다.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주식을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된 김정주 대표가 2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 9월1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