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빙그레(005180)가 주력 사업인 빙과 및 음료 시장 위축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사업다각화를 통한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지난 1992년 한화에서 독립할 당시 수익성 위주로 구조조정을 하며 베이커리 사업, 냉동식품과 라면, 편의점 사업을 모두 접는 등 보수적 경영을 펼쳤던 출범 초기 모습과는 대조적 행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대표 상품 '바나나맛 우유' 플래그십 스토어인 옐로우카페를 연 데 이어 지난 1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팝업스토어 형태의 소프트아이스크림 전문점을 열고 B2B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소프트아이스크림 믹스를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에 공급하는 B2B 사업을 준비해온 빙그레는 이 매장을 통해 B2B 시장 가능성을 점검하는 동시에 소프트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사업성도 테스트할 수 있게 됐다.
빙그레는 자사 최초 화장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바나나맛 우유가 가진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화장품 업체와도 협업하고 있다. 드럭스토어 CJ올리브영과 바나나맛·딸기맛 우유 디자인을 본뜬 화장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빙그레에 따르면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업체인 한국콜마가 생산하며 CJ올리브영이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판매하며 초기 제품은 바디클렌저와 바디로션, 핸드크림, 립밤 등 총 4종이 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 단지 모양 용기(도형상표)에 대해 상표등록출원을 특허청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나나맛 우유의 용기 디자인은 이르면 이달 중 상표등록이 이뤄질 전망이다.
빙그레가 '바나나맛우유' 로고가 아닌 제품 용기에 대해 상표출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적용 대상을 식품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과 무관한 생필품, 액세서리까지 확대한다는 게 상표등록의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빙그레가 '바나나맛우유'를 활용해 라이선스 사업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특정 캐릭터나 심볼 디자인을 상품에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 라이선스 사업으로 '바나나맛우유'를 캐릭터화 하고, 향후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빙그레의 이같은 변신은 생존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사업다각화 결심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08년 돌연 정계에 진출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김 회장은 2014년 등기이사로 빙그레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출범 초기 '유제품과 빙과' 한우물 경영으로 내실을 다졌던 김 회장이 더 이상은 보수적 경영으로는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사업다각화를 주문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가 더이상 한정된 사업 카테고리 안에서의 경쟁으로는 수익창출이 어려운 환경이 됐다"라며 "빙그레의 주 매출군인 음료와 아이스크림 시장이 정체기가 오래되고 있는만큼 사업다각화는 필연적인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빙그레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오픈한 소프트아이스크림 전문점 '소프트랩' 전경. (사진제공=빙그레)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