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규제 검토 사실이 알려진 뒤 확실히 매수자가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기 전까지 매수자들의 관망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개포주공1단지 인근 B공인중개사 관계자)
"투기과열지구 이야기가 나온 후에도 분위기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문의 전화도 많은 상황이다."(신반포12차 인근 A공인중개사 관계자)
서초구 반포동 인근에 한 공인중개소의 모습. 사진/원나래기자
8.25 대책 이후 오히려 집값이 급등하고 청약 과열 현상이 강남 재건축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정부의 강력한 추가 규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과열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들썩거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지역마다 시장의 반응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가운데 강남과 송파 등 재건축 단지에서는 매수 문의와 거래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서초는 규제 영향이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실제로 투기과열지구 규제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강남 개포 재건축 시장이다. 이미 과거 노무현 정부 때 투기과열지구로 묶였던 전례가 있어 또 다시 투기과열지구 이야기가 나오자 바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개포동 K공인 관계자는 "규제 소식에 일부 집주인들이 내놓은 매물들은 있지만 매수자들이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라 실질적인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당분간 이러한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반포가 개포 지역보다 신규 분양가도 높게 책정돼 있는데다 매매가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오히려 정부 정책에 반포는 제외되고 개포만 타깃이 돼 이 지역만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실제로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42㎡은 지난주 11억3000만원에도 거래됐으나, 이번 주 들어서는 호가가 1억원 가량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잠실 주공5단지도 전용 112㎡의 경우 이틀 연속 1000~2000만원씩 호가가 낮아졌다.
이와 반대로 잠원과 반포 일대의 서초 부동산 분위기는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었다. 실제 거래보다는 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문의자들이 많지만, 강남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대체로 꺾이지 않은 모습이다.
잠원동 J공인 관계자는 "매수 문의가 줄면서 움츠러들긴 했지만 주변에 재건축이 예정된 곳이 많기 때문에 쉽사리 분위기가 식지는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규제를 검토 중이라고 하지만 정부 역시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관망했다.
신반포12차 단지 앞에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 창립 총회에 관한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 사진/원나래기자
지난달 신반포5차 재건축인 '아크로 리버뷰'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28가구 모집에 8585명이 몰리면서 무려 306.61대 1이라는 수도권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신반포12차와 신반포 6·7차, 한신18·24차 등 1600여가구의 재건축 물량이 줄줄이 대기돼 있는 상태다.
반포동 H공인 관계자는 "분양 전인데도 불구하고 문의가 상당하다"며 "아직 정부의 명확한 대책이 나오지 않은 만큼 강남 재건축 시장의 침체를 논하기는 섣부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나래 기자 wiing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