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지난 2011년 주5일 근무제가 전면 시행됐지만 건설현장에서는 여전히 먼 나라 얘기다. 대다수 발주처에서 주6일 근무를 기준으로 공사기간을 산정하다 보니 건설사들도 공기를 맞추기 위해 사업현장에 5일 근무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23일 건설기업 노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건설현장 직원의 연 노동시간은 최소 2600시간, 해외건설현장 직원의 연 노동시간은 최소 2900여 시간으로 집계됐다.
본사의 경우 주5일 근무를 하고 있지만 건설현장은 주5일 근무가 지켜지지 않고, 4주에 6일 휴무가 일반적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이 많다.
대다수 산업 현장에서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됐지만 건설 현장만은 그동안의 관행이 이어지면서 공공과 민간 발주사 대부분이 공사 발주 시 주6일을 기준으로 공사기간을 산정해 발주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발주사들도 주5일 근무제가 적용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주6일을 기준으로 공기를 산정하는 게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며 "주5일을 기준으로 공기를 계산할 경우 기간이 더 늘어나 인건비, 장비임대료 등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발주사들이 꺼리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도급 건설사는 물론 하도급 건설사들도 주5일 근무제를 고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해진 기간을 넘어 공사를 완료할 경우 지연 배상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발주사가 제시한 기간을 맞출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중견 건설사 현장 소장 A씨는 "주5일 근무제 적용에 대한 필요성은 인지하지만 실외에서 일하는 건설업의 특성 상 날씨에 의해 공사를 하지 못하는 날도 많다"면서 "제대로 시행되려면 최초 설계 시 공사기간과 공사비 산정에 대한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사기간 연장으로 인해 늘어난 인건비, 장비임대료 등을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에 밀려 일감이 줄고 있는 중견·중소업체의 경우 마진을 최소화해야만 수주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또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대부분은 하도급 업체나 인력 파견 업체 소속"이라며 "그들이 직접 주5일 근무제를 주장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입찰, 낙찰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건설 현장에서의 안전사고 발생률이 높아지고 이는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주5일 근무제 미적용, 높은 안전사고율 등이 젊은 층의 건설업 취업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1년 주5일 근무제 시행에도 대다수 건설현장에서는 주6일 근무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서울 중구 만리재고개 인근 신축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가 잠시 쉬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서울시 SH공사와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지난해 10월 '투명한 건설현장 실현을 위한 상생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주5일 근무 시범 현장 운영을 준비 중이다.
SH공사와 건설산업노조는 주5일 근무 시범 현장을 운영하면서 공사기간과 임금 변화, 안전사고율 변화 등을 파악해 기존 현장과 비교할 계획이다.
건설기업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업무협약 체결 이후 아직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곳은 없다"며 "사업장을 선정하기 전 표준품셈과 근로자들의 임금, 공사기간 등의 계산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 경우 공사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SH공사와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