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국내사들이
한미약품(128940) 30억원대 비염치료제 '코싹엘'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특허를 깨고 복제약을 출시하기 위해서다. 15년 정도 남은 특허발명에 따른 독점기간이 깨질 위기다.
23일 특허심판원에 따르면
비씨월드제약(200780)과 삼천당제약은 한미약품에 코싹엘 조성물특허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최근 청구했다.
2014년 발매된 코싹엘은 계절성·만성알레르기 비염, 코막힘을 동반한 코감기를 완화하는 치료제다. 약효가 12시간 지속되는 장점으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조성물특허는 약물의 안정화나 성분 배합 방법 등에 대한 것이다. 코싹엘의 조성물특허는 2030년까지 등록돼 있다. 권리범위확인 심판은 자사가 개발한 복제약이 오리지널약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게 주 내용이다. 이번 소송은 특허를 깨고 코싹엘의 복제약을 조기 출시하겠다는 의미다.
보통 특허소송 1심은 심결이 나오기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린다. 비씨월드제약과 삼천당제약이 승소하면 바로 복제약 출시가 가능하다. 다만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나 상고를 제기하면 상용화가 늦춰질 수 있다.
한미약품은 코싹엘 외에도 주력제품들에 연이어 특허소송을 당했다.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개발한 신약의 독점기간이 깨질 수 있어 위기다. 복제약이 출시되면 오리지널약 매출의 20~30% 정도가 감소한다.
지난해 20여개사가 800억원대(쌍둥이약 '코자엑스큐' 포함) '아모잘탄'의 2024년까지 특허가 남아 있는 특허를 깨고 복제약을 출시했다. 경쟁사의 등장으로 아모잘탄의 처방액은 2014년 790억원에서 2015년 710억원으로 감소했다. 2개사가 65억원대 중성지방치료제 '페노시드'에 특허소송을 청구했다. 페노시드는 2030년까지 특허가 등록돼 있다. 현재 공방이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국내서 역대 최다 특허소송을 제기한 업체다. 청구 건수는 무려 127건에 달한다. 대부분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 들여온 신약의 특허가 대상이다. 빠른 복제약 출시가 한미약품의 R&D 전략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미약품도 역으로 경쟁사로부터 특허깨기에 노출된 셈이다. 과거에는 국내사끼리 특허소송을 피하는 분위기였다. 제약업계 동반자로 상생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내수 시장 성장률의 둔화와 신제품 기근으로 국내사끼리도 특허공방이 오가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사끼리도 빈번하게 특허소송이 제기돼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라며 "당장 팔 제품이 없어 상생보다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로 토종신약의 특허깨기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