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국책 및 민간 연구기관 대표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내년 국내 경제와 세계 경제를 전망하고 그에 대한 기업의 대응책을 논의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일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주최한 ‘2010년 대내외 경제전망과 기업의 대응 세미나’에서 국내 경제 전망 주제발표자로 나선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최근 국내경제는 대내외 실물지표 개선과 함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지만 정책당국은 대외경제의 하방위험에 대비하면서 당분간 확장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경제에 자산시장 버블 및 기업부채 확대 가능성 등 금융부문에서의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등 경기회복속도는 빠르지만, 그 수준을 끌어내리는 요인들이 남아있어 여전히 확장기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내년 국내 경제전망에 대해 현 원장은 “금리수준은 당분간 낮게 유지될 것이며, 이는 소비·투자 회복에 상당 수준 기여할 것”이라며 “생산 역시 재고조정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고 4분기부터 생산량도 점차 늘고 있으므로,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생산량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고지수, 광공업생산지수 등 각종 실물경제지표들이 4분기 이후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근거로 내년도 우리경제 성장률을 5%대로 전망했다.
그러나 98년 외환위기 당시 고용지표의 개선이 가장 느렸던 점을 들어 이번에도 취업자 수는 매우 완만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경제 전망에 대해 주제발표에 나선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내년도 세계경제의 주요이슈는 ‘세계무역 불균형 조정’이 될 것으로 보여 이 과정에서 선진국-개도국 간 적지 않은 이견 표출이 예상된다”며 “내년에 열리는 G20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이를 조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 원장은 이어 “세계경제가 향후 견고한 회복세를 나타낼 때까지는 주요국들이 재정·통화 확대기조 유지를 공조해야 한다”며 “국가 간 출구전략 도입 시점의 차이가 있겠으나 국제적인 시행순서를 만들어 공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경제의 확실한 경기회복 동력이 마련되지 못한 상태에서 각국에서 긴축정책을 실시할 경우 자칫 더블딥(Double-dip)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출구전략 시행에 대한 국제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채 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또 “해외 경기회복 속도가 각 시장별로 차별화될 것으로 보이므로 기업들은 각 시장에 따라 차별적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며 “세계경기 회복 둔화에 따른 수출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내수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짜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재천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세계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리먼사태와 같은 대형 금융충격이 발생하거나 민간부문의 자생적 성장동력이 상당기간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더블딥이 발생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향후 세계경제의 회복력이 강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각국 기업의 혁신 노력과 함께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노대래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물가와 자산가격이 안정된 가운데 투자와 고용이 촉진될 수 있도록 확장적 정책기조를 유지하되, 이러한 기조는 경기상황에 부합되도록 분야별로 적기에 정상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 자산시장의 불안소지에 대해서는 “미시적 수단으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광두 서강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은 이날 세미나에는 발표자 이 외에도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등 150 여명의 기업인과 전문가들이 참석해 내년 경제전망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