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세일 막힌 백화점, 재고처리 '고심'

대형 전시장 빌려 수백억원 매출…골목상권 침해 소지에 주춤

입력 : 2016-10-27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백화점 업계가 외부 대형 전시장 등을 빌려 재고상품을 저렴하게 처분하는 이른바 '출장 세일'이라 불리는 대관행사를 당분간 열지 못하게 됨에 따라 재고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당초 오는 30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대규모 대관행사를 취소했다. 이유는 소상공인 보호차원에서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이 백화점의 출장 세일이 인근 지역상권에 피해를 주고있다는 지적에 "지방자치단체와 상의해 백화점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롯데백화점의 이번 출장 세일에 대해 롯데그룹 규탄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히는 등 압박해왔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소상공인연합회의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연합회로 팩스를 보내 출장 세일 행사를 취소할 것임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출장 세일을 아예 안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향후 출장 세일을 열 때는 골목상권 침해 소지가 없게끔 사전에 소상공인연합회와 충분한 협의 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백화점들이 여론을 무시하면서까지 출장 세일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백화점 업계의 출장 세일은 재고상품 처리와 짧은시간 높은 매출로 효자역할을 해왔다. 비수기에도 많은 방문객이 몰리며 쏠쏠한 매출을 올리곤 했다. 당시 큰 재미를 봤던 백화점 업계는 대형 출장 세일을 경기불황을 타개하는 하나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지역별로 이슈가 되는 상권에서 대규모 대관행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세텍, 킨텍스 등에서 출장 세일을 열고 통해 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던 바 있다. 현대백화점(069960) 역시 지난해 1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사상 첫 출장 세일을 열어 4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지난 5월과 7월에도 세텍과 킨텍스에서 대규모 출장 세일을 더 열기도 했다.
 
백화점 업계는 난감하다. 지역 내 소상공인들의 반발로 출장 세일을 열지 못하게 되면 재고처리에 난항을 겪게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메르스로 인해 예년보다 많은 양의 재고가 쌓여있는 탓에 백화점 업계의 고민은 더 크다.
 
이에 따라 백화점 업계는 재고처리를 위해 실적이 저조한 지방 점포의 재고를 비교적 고객이 많이 찾는 서울 주요 매장의 행사장으로 보내거나 아웃렛으로 제품을 넘기는 방법 등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상품은 사실상 협력업체가 떠안고가야 하기 때문에 협력사와의 상생 차원에서 대규모 출장 세일을 시행해왔었다"며 "당분간은 업계의 추이를 지켜보며 재고상품 처리방법을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7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연 대규모 출장 세일 행사 '롯데 블랙 슈퍼쇼' 당시 모습.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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