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 SOC 예산 감소로 일감 부족에 시달렸던 토목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132조원에 달하는 중기교통시설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발 대규모 토목 공사 수주 기대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향후 주택 시장 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를 걱정했던 대형사들과 일감 부족에 시달렸던 중견·중소 업체들은 한 시름 놓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제4차 중기교통시설투자계획'을 확정했다. 오는 2020년까지 국비 92조원, 민간투자 21조5000억원을 비롯해 총 131조7000억원을 투입, 교통인프라를 확충하는 사업이다.
이번 사업은 주로 도로와 철도 연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울-세종, 새만금-전주 등 고속도로 건설과 GTX, 춘천-속초 고속철도 등이 포함됐다. 도로(58조2000억원)와 철도(48조1000억원) 관련 예산만 106조3000억원 규모로 전체 예산의 80.7%를 차지한다.
정부 인프라 예산 감소로 위기에 몰렸던 토목업계는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토목 분야 투자가 꾸준히 감소하면서 토목 전문 업체들은 심각한 일감 부족에 시달렸다.
대한건설협회 통계를 보면 토목건설 투자액은 2010년 87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74조2000억원으로 15.6% 가량 감소했다.
이로 인해 상시 인력 구조조정은 물론 재무구조 악화로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사례도 많았다. 한 때 업계에서는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기업 절반 이상이 토목 전문 업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삼환기업 관계자는 "수주 갈증을 한 번에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듯 하지만 일감 확보에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토목공사는 대부분 규모가 커 컨소시엄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데 이 과정에서 중견·중소 업체들도 수주 기회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를 우려했던 대형사들도 이번 투자계획이 반갑다는 반응이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청약 광풍이 거세지만 이미 수도권 일부 지역마저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주택경기 침체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A사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이후 주택 경기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해외수주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 경기가 급격하게 꺾일 경우 수주잔고 급감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주택분야 부진을 토목이 메워준다면 내년 이후에도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다면 정부 예상보다 민간 투자액이 더 증가할 수 있어 주택에 이어 토목 호황이 기대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반면 일각에서는 공공공사의 경우 일반 건축이나 주택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편이어서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 효과는 적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형건설사 B사 관계자는 "정부 발주 사업은 예산이 타이트하게 책정되기 때문에 민간이 발주하는 빌딩이나 주택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며 "일감이 늘어나 매출 신장이나 공사 실적 쌓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 효과는 두고 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총 132조원 규모의 교통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그동안 일감 부족에 시달렸던 토목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 동대구역 앞에서 노후 교량 철거를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