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초로 10%대로 추락했다. 사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야당의 공세도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레임덕)이 현실화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7일 리얼미터가 매일경제·MBN '레이더P' 의뢰로 실시한 10월 4주차 주중집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날 기준 17.5%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치임은 물론 전날 기록한 22.7%에서 다시 하루만에 5.2%포인트 급락한 것이다. 주중 집계 기준으로도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지난주에 비해 7.3%포인트 하락한 21.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리얼미터는 지역·연령을 가리지 않고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핵심지지층인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울산), 60대 이상, 보수층 등을 가리지 않는 전 영역에서 그야말로 붕괴수준이라는 것이다. 당초 박 대통령의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로 알려졌던 35%선은 이미 깨진지 오래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점차 사실로 밝혀지고 추가보도도 잇따르는 가운데 박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등을 사전에 받아보고 일부 수정까지 했다는 정황이 국민들 사이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그에 대한 분노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최씨가 정부의 대북정책에까지 관여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최순실씨가 외교안보정책까지 점검할 수 있는 전문성과 경험이 있다고 봐야하는가. 지금도 믿고 싶지 않은 보도”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상실된 권위를 다시 세울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미 박 대통령은 식물대통령”이라는 말까지 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현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의 전면개편은 물론 ‘거국 중립내각’의 필요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전날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강직한 분을 국무총리로 임명해 국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라”고 요구한데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민주당 김부겸 의원 등이 동조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날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10월 4째주 지지율은 지난 주보다 3.1%포인트 하락한 26.5%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율이 29.2%에서 30.5%로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새누리당이 취할 수 있는 카드도 현 상황에서는 마땅치 않아보인다. 의원총회를 거쳐 민주당의 ‘최순실 특검’ 요구를 수용한 새누리당 내에서는 “최씨는 기내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즉시 귀국해 수사를 받아야 한다”(정우택 의원) 등 야당과 비슷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가 극도에 달한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편 전날 무소속 윤종오·김종훈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한데 이어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도 이날 대통령 하야촉구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헌법수호 관점에서 대통령직 유지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며 “그래도 헌정중단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박 대통령은 사실상 통치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말로 하야 촉구 이유를 설명했다. 각 대학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박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정치권의 갑론을박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인 박 대통령은 이날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진심을 담은 사과와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철저한 재발방지 약속”이라며 “대통령을 둘러싼 오명이 재발되지 않도록 국민 앞에 약속해야만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한 후 자리를 뜨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