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올해 상반기 분양아파트에 입주하면서 받는 잔금대출의 절반 이상이 실거주 목적보다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집단대출에서 신규 잔금대출은 총 4조7000억원이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조5000억원은 거치식 대출이었으며, 거치 기간이 5년이 넘는 장기 거치형 대출이 전체의 약 30%인 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잔금대출에서 장기 거치식 대출 비중이 높다는 것은 최근의 분양아파트 열풍이 실거주보다는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 목적이 많다는 뜻이다. 장기 거치식 대출은 일정 기간 동안 이자만 내면서 버틸 수 있어서 거치 기간 안에 시세 차익을 보고 나오려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대출 방식이다. 처음부터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는 비거치식 분할 상환과 비교하면 금리도 상대적으로 높고, 금리가 같더라도 내야 하는 이자 총액이 더 많다.
가령, 서울 송파구에 사는 정연수(38세)씨는 지난 5월 하남·미사 지역 신축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잔금 2억원을 20년 만기 집단대출로 받고, 거치기간은 가장 긴 10년으로 정했다.
당시 비거치식 대출은 금리가 연 3.0%였지만 5년 초과 거치식 대출의 금리는 연 3.4%였다. 비거치식 방식으로 대출을 받는다면 대출 후 첫 달부터 매월 약 112만원을 원리금으로 내야 한다. 20년간 내야 하는 총 이자는 약 6천500만원이다.
청약 예정자들이 분양예정인 견본주택의 아파트 위치와 각 평형의 구조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10년 거치식 대출은 처음 10년 동안은 이자로 매월 약 57만원만 내면 된다. 대신 10년 이후부터는 매월 약 197만원을 내야 한다. 20년간 내야 하는 총 이자도 약 1억400만원으로 비거치식 대출보다 60%가량 많다.
이처럼 이자를 더 많이 갚아야 하는데도 10년 거치형 대출을 선택한 것은 10년 안에 집을 팔고 나가면 빚을 갚고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거치식 대출은 거치 기간이 끝나면 내야하는 원리금이 급증하는 단점이 있다. 만약 정씨의 계획과 달리 10년 안에 집값이 오르지 않고 떨어지면 10년 후에는 원리금 상환액이 약 3.5배로 급증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거치식 대출은 비거치식 대출보다 훨씬 위험한 대출 방식인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하면서 신규 주택담보대출에는 사실상 거치 기간을 설정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대출에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아 여전히 거치형 대출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집단대출의 거치형 대출이 분양권 전매 허용 등과 함께 최근 거품 논란인 분양시장의 가수요를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병두 의원은 "집단대출 증가 폭이 큰데 감독 당국이 집단대출에 대한 관리방안을 마련해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