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1일 내놓은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해운·조선업계가 장기적인 계획만 쏟아낸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도 정부의 이번 구조조정안이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6월 발표한 구조조정 추진체계를 '재탕'한 것에 불과해, 차기 정권에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를 하려는 의도라고 평가 절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사가 모두 구조조정 잘하고, 고부가가치 선박 사업을 잘해서 자생 하라는 얘기로 보인다"며 "기존에 진행하던 구조조정 내용과 현재 상황을 버무린 것에 불과해 정부가 교통정리한 것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발표된 구조조정안을 살펴보면 ▲2018년까지 조선 3사 도크(dock) 현재 31개→24개로 축소 ▲인력 6만2000명→4만2000명으로 감축 ▲수주 지원 11조원 규모로 250척 이상 공공 발주 ▲조선업 밀집 지역 2020년까지 3조7000억원 규모의 투·융자 ▲해운산업에 6조5000억원 규모 금융지원 등이 핵심 내용이다. 이번 대책에선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지원방안은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 사업부문 매각과 시기 등의 내용은 빼버리고 똑같이 인력감축하라는 내용은 각사의 특수성을 무시한 '용비어천가'에 불과하다" 전했다.
정부가 31일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으나, 지난 6월에 발표된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맹탕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중공업(009540),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 이른바 조선 빅3를 포함해 조선산업 전체는 지난 6월 정부의 구조조정 밑그림에 맞춰 인력감축, 자산매각 등 극심한 수주절벽 속에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마련,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빅3는 자구안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고, 이날 나온 내용의 대부분은 대형 조선사에 국한된 대책이다.
또 정부의 구조조정안을 놓고 바라보는 시각차도 뚜렷하다. 최대 관심사였던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은 일단 생존으로 가닥이 잡혔다. 정부의 조선업 빅3 체제 유지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실망감을 감추고 있다.
국내 조선산업 위기의 근본원인이 공급과잉과 저가수주 탓인데, 원론적인 대책을 담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빅 2체제’로 개편되면 강력한 경쟁 상대인 대우조선해양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물량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이 나눠 가짐으로써 성공적인 구조조정은 물론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일단 정부가 내놓은 구조조정안에 따르고 핵심 역량을 집중해 성공적인 사업 재편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조선사 관계자는 말을 아끼면서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내 코가 석자로 정부 구조조정안에 신경 쓸 틈도 없다”면서도 “이미 맥킨지 보고서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스스로 생존할 수 없다고 결론 지었음에도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해 생존시키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