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용서해달라고? 용서 못해"

성난 민심에 기름 부어…"대통령, 자기 죄 모르나?"

입력 : 2016-11-01 오전 11:36:15
[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국민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
 
비선실세 의혹 당사자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지난 31일 검찰에 출석하며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했지만 시민 반응은 싸늘했다. 검찰 조사에 앞서 최씨가 남긴 한마디가 오히려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최씨 출석 당일 오후, 민중총궐기본부 주최로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사퇴) 촉구' 촛불집회에서 만난 김준호(51)씨는 "최순실은 국민에게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처벌 받겠습니다'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 중에 최순실 얼굴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모자에 선글라스로 다 가리고 나오느냐"며 "최순실은 '범죄자'도 아니고 '범법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가자 수험생 박하은(21·여)씨 역시 "설사 국민들이 (최씨를) 용서한다고 해도 법적 처벌은 받아야 한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용서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가게 문까지 닫고 나왔다는 김호(41)씨는 “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지, 말도 안 된다”고 황당해했다. 
 
대학원생 최은정(25·여)씨 역시 "용서는 무슨 용서냐"며 "조금의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31일 오후 8시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 하야(사퇴) 촉구'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검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기대는 크지 않아 보였다. 
 
게스트하우스 매니저로 일하는 최덕수(31)씨는 “최씨에 대한 의혹이 ‘100’이라면 ‘10’정도만 확인하고 끝날 것 같다”며 “그동안 검찰이 해온 게 있는데, 서로 짜 맞추기식 수사가 되지 않겠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씨가 귀국하고 검찰이 왜 시간을 줬는지 모르겠다”며 “테블릿PC 하나로 밝혀진 게 이 정도인데, 마음만 먹으면 증거 인멸할 게 얼마나 많겠나. 청와대도 검찰 압수수색에 협조를 안 해 진정성이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조혜진(25·여)씨는 “단원고등학교 근처에 살아서 세월호 사건이 남일 같지 않는데, 검찰이 세월호 수사 때도 제대로 하지 않은 걸 봤다”며 “이번에도 큰 기대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여과 없이 쏟아냈다. 
 
한용헌(70)씨는 “박근혜는 자기가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 모르는 것 같다. 화병이 날 지경”이라며 “국정을 농단하고 무지한 대통령이 나라를 다스리는 건 국가적으로 큰 손해”라고 분개했다. 
 
한씨는 “얼마나 자격이 없고 한심하면 일일이 (최순실에게) 물어보느냐”며 “탄핵이든 하야든 당장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호씨(51)씨 역시 “국민은 이미 박 대통령에게 실망을 해 어떤 말을 해도 안 믿는다”며 “확실하게 보여 줄거면 자기 자리에서 내려오고, 국민에게 모든 걸 되돌려줄 수 있는 책임 있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동반한 시민 등 400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였다. 국정 개입 의혹을 규탄하는 집회와 시국선언이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31일 시작된 촛불집회는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오는 12일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퇴근길 직장인들이 '박근혜 하야 촉구 전 국민 선언운동 용지'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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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