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검찰 출석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종합)

검찰, 국정농단·미르재단 등 비리 의혹 집중 추궁

입력 : 2016-10-31 오후 4:06:13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개명 최서연)씨가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최씨를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조사 중이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각종 연설문을 수정하고, 외교·안보 등 국가 기밀과 관련된 문서를 청와대로부터 사전에 전달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원사인 대기업으로부터 486억원과 380억원을 각각 지원받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에 관여하고, 지원금을 유용했다는 혐의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씨는 안종범(57) 전 대통령실 정책조정수석, 이승철(57) 전경련 상근부회장 등과 함께 지난달 29일 투기자본감시센터로부터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혐의 등 혐의로 고발됐다.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이날 오후 3시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최씨는 일부 시위대가 몰리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청사로 들어갔다.
 
최씨는 청사로 들어간 이후에는 출입 게이트와 엘리베이터 안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등으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최씨의 변호인으로 심문에 입회하는 이경재 변호사는 "그동안 여러 언론의 조명 때문에 최씨와 밀착된 접견을 못 했다"며 "오늘 검찰에서 시간이 허용되는 대로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최씨의 건강이 대단히 안 좋은 상태고, 특히 심장 부분에 약간 이상이 있다"면서 "검찰 수사 담당자에게 이야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증거인멸에 대한 의혹이 있는데, 하루 동안 기자에게 싸여있어서 증거인멸할 여지도 없고, 할 것도 없다"고 말한 후 조사실로 들어갔다.
 
수사본부는 그동안 확보한 참고인 진술과 압수물 등을 바탕으로 최씨의 의혹을 조사한 후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관한 의혹이 불거지자 딸인 정유라(20)씨와 지난달 3일 독일로 출국했으며, 이달 30일 오전 7시35분쯤 브리티시에어웨이 항공편으로 런던에서 인천공항으로 혼자 입국했다.
 
하지만 수사본부는 "최씨의 건강이 좋지 않으므로 하루 정도 몸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달라"는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긴급체포 등 신병 확보 절차 없이 최씨의 소환을 이날로 미뤘다.
 
최씨가 출석하기 전 이날 오후 1시50분쯤에는 최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더블루케이 이사 고영태(40)씨가 약 24시간에 가까운 조사를 받은 후 귀가했다.
 
고씨는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 PC가 본인의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아니다"라고 말했고, 최씨가 이 태블릿 PC를 사용한 것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거의 못 봤다"고 설명했다. 
 
최씨가 연설문을 수정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지, 최씨가 국정을 농단했냐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검찰에 다 얘기했으니 나중에 수사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수사본부는 이날 최씨의 의혹에 연루된 안종범(57) 전 대통령실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47) 전 제1부속비서관을 출국금지했다.
 
수사팀 확대와 관련해서는 기존에 수사를 진행한 형사8부(부장 한웅재), 특수1부(부장 이원석)에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를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