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식품업계 내에서 'GMO'가 뜨거운 감자다. 'GMO 완전표시제'를 놓고 불안감 조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식품업계와는 달리 '알 권리'를 들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GMO'는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분리 또는 재조합해 만든 농산물을 뜻한다. 몬산토, 듀폰 등 세계적 대기업들이 식품 대량생산과 재배 편의, 저장성 향상을 위해 만들었다. 크기를 키울 수 있고 해충과 제초제에 강해 식품 혁신을 이뤘다고 평가받는다. 학계에선 GMO의 인체 유해성에 대해 아직도 의견이 분분해 전세계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GMO 논란'이 뜨거워지는 것은 '유해성 여부'에 있지 않다. 세계 1, 2위 GMO 수입국가임에도 정작 소비자는 극히 제한적인 정보밖에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몸에 좋든 해롭든 미리 알고나 먹자"는 게 논란의 배경이다.
실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GMO 수입량은 연간 1082만 톤으로 세계 2위이지만, 식품만 따질 경우 세계 1위로 추정된다.
이처럼 막대한 수입을 통해 일반 농산물은 물론 가공식품까지 다수의 GMO가 우리 식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는 GMO 정보를 제대로 알 길이 없다.
앞서 정부 당국이 내년 2월부터 개정된 GMO 표시법을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완전표시제' 도입 없이는 소비자들이 판매식품의 GMO 함유 여부를 파악할 길이 없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실제 개정된 법안은 당류, 유지류 등 GMO 원료를 사용했더라도 최종제품에서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지 않는 품목에 대해서는 현재 과학기술 한계상 측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예외 규정을 뒀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지금처럼 쭉 GM콩으로 만든 식용유를 GMO인지 알지 못한 채 구매하게 된다.
이에 지난달 3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은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위한 소비자 17만 명의 서명'을 국회 보건복지위원에 전달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GMO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은 GMO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 GMO 관련 표시제도의 개선 등을 통해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온전히 보장해주는 것뿐"이라며 "GMO 농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한 식품은 예외 없이 GMO 농산물이 원재료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표시토록 하는 완전표시제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GMO를 수입하는 식품업계는 공식적인 입장을 꺼리며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완전표시제'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식품업계는 GMO 식품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만큼 불안감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식용유나 전분당, 사료는 GMO가 필수적인 원료로 가격이 올라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제품인 만큼 GMO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과학적 근거 없는 괴담을 중단해 달라"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GMO 원료를 수입하는 식품회사 관계자는 "예외 없는 GMO 완전표시제를 하게 되면, 유해성이 있다고 검증되지도 않은 식품들을 모두 구분 없이 GMO식품으로 오해해 매도될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실체도 없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사고 싶진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최근의 'GMO 논란'을 두고 '신뢰'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학계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가습기 사태로 큰 불신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이 함유된 치약의 안전성 문제를 재차 겪었다"며 "소비자들이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GMO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커지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과 합의가 필요해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경실련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국회 앞에서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경실련)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