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영준기자] 리콜은 기업에 뼈 아픈 결정이다. 자신들의 제품 결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리콜에 나서 기업 이미지 제고를 노리기도 하지만, 끝까지 제품 결함을 숨기다 강제 리콜에 직면하기도 한다.
리콜이 가장 활발한 산업 분야는 자동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리콜을 결정한 차량 대수는 100만대를 넘는다. 한국의 경우 소비자들이 인터넷이나 동호회를 통해 제작 결함을 금방 알아내고, 정보 공유를 빠르게 한다. 이러한 특성은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들이 신속하게 리콜 결정을 내리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분야에서 리콜을 미루다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 사례가 존재한다. 현재 연간 100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토요타는 2010년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는다. 이미 2009년 자동차에 결함이 있다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지만, 토요타는 "문제가 없다"며 리콜을 미뤘다. 그러다 미국 내 출시된 일부 차량에서 가속페달 결함이 발견되자 토요타는 2010년 1월 대규모 리콜을 진행했다. 이후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로 리콜 파문이 확산되면서 품질경영을 앞세운 토요타의 명성에 먹칠을 했다.
당시 리콜 사태는 토요타 아키오 사장을 미국 하원 정부개혁삼시위원회 청문회에 서게 만들었다. 대가도 치뤘다. 토요타는 전세계에서 120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리콜해 비용으로만 24억달러를 사용했다. 소송을 건 소비자들에게는 16억달러를 배상했으며, 미국에 벌금으로 12억달러를 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토요타 리콜 사태는 수차례 위험신호가 있었지만 제 때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속도 중심의 양적 팽창에 치우쳤고, 무리하게 비용절감을 추진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지난 9월2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갤럭시노트7의 품질 분석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토요타와 달리 선제적 리콜을 단행해 기업 이미지 제고에 성공한 곳도 있다. 1982년 제약회사인 존슨앤드존슨은 타이레놀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37%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같은 해 9월 시카고에서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7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타이레놀에는 청산가리가 들어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모방 범죄도 연이어 발생했다.
존슨앤드존슨은 그해 10월 타이레놀 리콜을 결정했다. 리콜 물량은 3100만병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2억4000만달러 규모였다. 정부 당국조차 존슨앤드존슨의 리콜에 "과잉 조치"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제임스 버크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 안전에 비하면 이익은 아무것도 아니다"면서 리콜올 밀어붙였다. 또한 타이레놀에 대한 광고를 전면 중단하고, 언론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솔직히 알렸다. 관련 범인 검거에는 1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여기다 타이레놀에 이물질을 넣지 못하도록 용기를 새로 제조해 알약형태의 제형을 시장에 출시했다.
타이레놀은 시카고 독극물 사건 이후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브랜드명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역시 과거 수준을 잃지 않고 있다. 2012년 세상을 떠난 버크 당시 CEO는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아울러 존슨앤드존슨의 리콜 결정은 윤리경영의 모범 사례로 회자된다.
최근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리콜과 단종이 단연 이슈다. 지난 8월19일 공식 출시된 갤럭시노트7은 배터리 폭발 문제로 몸살을 앓다 9월2일 리콜에 들어갔다. 당시 삼성전자는 100만대 가운데 24대인 0.0024% 불량률에 리콜 결정을 내렸다.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에 놓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갤럭시노트7은 그러나 리콜 이후에도 연이은 배터리 폭발 문제로 지난달 11일 단종 결정이 내려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에 대한 원인 규명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갤럭시노트7 교환·환불 시한을 12월31일로 정하고, 소비자 보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조차 갤럭시노트7 교환율은 20%를 밑돌고 있다. 존 제이콥스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삼성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회사 전체를 살리기 위해 갤노트7을 희생한 것"이라며 "스마트하고 현명하고, 비용 효율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