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대웅제약(069620)이 자사 보톡스 '나보타'의 균주 출처 의혹을 제기한 메디톡스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적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메디톡스(086900)는 자사 보톡스 균주를 대웅제약이 가로챈 것 아니냐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자체 균주 발견, 발견 신고자, 승인 등 보건당국에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메디톡스의 균주는 미국 대학에서 훔쳐온 장물(보톡스 균주)이라고 반박했다. 세관 신고와 허가 과정이 의혹 투성이라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이종욱 부회장과 경영진, 실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기자간담회는 메디톡스가 제기한 토종 보톡스 균주 논란에 대한 해명이 주를 이뤘다.
보톡스 균주 논란은 자체 발견 여부에 대한 분쟁으로 요약된다. 균주는 보톡스의 원료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균주를 무한 배양시켜 완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완제품에는 균주가 워낙 소량 들어 있기 때문에 균주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세계 판매되는 7개 보톡스 제품 중 5개 제품의 균주는 미국 위스콘신대학 균주에 기원을 두고 있다. 메디톡스는 위스콘신대학에서 보톡스를 연구하던 양규현 박사가 들여온 균주를 이용해 보톡스를 만들었다.
토종 보톡스는 메디톡스(제품명: 메디톡신)가 2004년 가장 빨리 발매했다. 이어 휴젤(보툴렉스)이 2010년, 대웅제약(나보타)이 2014년 시장에 각각 합류했다.
메디톡스는 국내 경쟁사가 자사 균주를 훔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과거 미국 균주은행(ATCC) 등 균주 분양업체에서 합법적 절차로 균주를 분양받을 수 있었다"며 "2001년 미국에서 911테러가 일어난 이후 균주의 분양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자연 상태 토양에서 보톡스 균주를 발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축사 등에서 균주를 단기간 내 찾아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2010년 보톡스 개발에 착수해 2014년 나보타를 발매했다.
대웅제약은 근거 없는 음해라고 반발했다. 오히려 메디톡스가 균주 출처가 의심스럽다고 맞불을 놓았다. 국가 기관의 허가도 없이 불법적으로 들여온 고위험군 균주를 상업화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종욱 대웅제약 부회장은 "국내 토양에서 보톡스 균주를 발견했다는 논문이 다수 발표돼 있다"며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2010년에 균주 발견과 발견자 등에 대한 내용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규현 박사가 위스콘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마치고 귀국할 때 균주를 밀반입한 것이라고 TV에서 출현한 메디톡스 직원이 본인 입으로 얘기했다"며 "메디톡스의 균주는 위스콘신대학에서 공식적으로 분양받은 균주도 아니다. 고위험성 균주를 국내 들여올 때 세관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았는지 이런 균주를 이용한 제품이 어떻게 허가를 받았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웅제약은 위스콘신대학에서 유래해서 오리지격인 엘러간 '보톡스'와 균주가 동일하다는 메디톡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미국의 단백질 서열 데이터베이스인 젠뱅크(Genbank)에 따르면 메디톡스와 엘러간의 유전자 서열이 일치하지 않는다.
메디톡스는 자연변이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웅제약은 자연변이가 언제부터 일어났는지 근거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원천성분이 달라졌기 때문에 임상 등을 실시해 처음 허가받은 제품과 동등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욱 부회장은 "훔쳐온 장물에 권리원천이 없고 허가과정의 부실 의혹도 제기된다"며 "허가 없이 균주를 밀반입한 메디톡스가 국민안전을 오히려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경쟁사 흠집내기를 통해 사적 이익을 취하려는 불순한 의도"라며 "근거 없는 사실을 근거로 명예훼손을 계속하면 법적으로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메디톡스는 보톡스 균주 출처 논란과 관련해 4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밝히겠다"고 답변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