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하도급 공정거래 체감도 '70'…부당특약 문제 가장 심해

부당특약 금지 등 제도 개선에도 현장 고충 여전

입력 : 2016-11-08 오후 3:04:23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가 하도급 거래 개선을 위해 이전에 비해 한층 강화된 하도급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도급 업체의 부담이 큰 부당특약 관련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특약과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과 관련된 불공정거래 개선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8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전문건설업체 31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설하도급 공정거래 체감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설 하도급 공정거래 체감도는 70점으로 집계됐다. 체감도 점수는 100점을 기준으로 낮을수록 불공정거래 빈도가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건설업은 원도급 건설업체가 건설공사를 수주해 하도급 하는 외주비율이 50%를 넘어 하도급거래의 공정성 확보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은 편이다.
 
조사대상 5개 항목별 체감도 점수는 ▲부당특약 61점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66점 ▲부당감액 77점 ▲부당한 위탁취소 79점 ▲부당반품 83점으로 조사됐다.
 
하도급 업체의 부담이 가장 큰 부당특약 관련 문제가 가장 심각한 반면 반품 등 원도급 업체가 가장 손쉽게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은 가장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들어 3배 손해배상 적용대상 확대, 부당특약 금지 등 하도급 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지만 업계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부당특약 문제는 여전한 셈이다.
 
부당특약 항목 중 '재작업, 추가 작업, 보수작업 비용 중 수급 사업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발생한 비용부담 약정'에 대한 점수는 56점으로 체감도 점수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당특약 항목에 속하는 10개 질문 모두 공정거래 체감도 점수가 70점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돼, 부당특약 금지 대상 행위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항목에서는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 ▲최저가 입찰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할 것을 강요하는 행위 ▲건설공사의 세부 내역을 무시하고 일률적 비율로 하도급대금을 낮추어 결정하는 행위가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원도급 업체가 다른 항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느끼는 반품 관련 항목은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부당반품 항목 중 '발주취소 또는 경제상황의 변동 등을 이유로 목적물 등의 반품'에 대한 점수는 84점으로 전 항목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부당반품 항목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원사업자의 원재료 공급지연으로 인한 납기지연에 불구한 목적물 등의 반품' 항목도 82점으로 부당특약 항목의 최고점(69점) 항목에 비해 13점이나 높았다.
 
이종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재작업·추가작업·보수작업에 따른 비용, 민원처리, 산재 관련 비용 등을 하도급 사업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불공정행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가 정책적 대처는 물론 실태조사 및 현장조사도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건설업체의 건설 하도급 공정거래 체감도는 70점 이었으며, 부당특약 관련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 만리재고개 인근 신축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외벽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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