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갈수록 일감이 줄면서 전문건설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불법 하도급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수주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불법 하도급 개선도 중요하지만 생존을 위한 일감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에서 불법 하도급 관련 개선 대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지난 16일 국토부가 건설현장에서 하도급업체에 대한 원사업자의 구두지시도 하도급 계약으로 추정하는 '계약추정제도'를 포함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앞서 15일 공정위는 떼먹은 하도급 대금이 많을수록 과징금 액수가 높아지는 내용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이외에도 하도급 대금 직불제 확대 방안이 발표됐으며 3월에는 공정위가 하도급 대금 미지급 행위에 대해 건설사 일제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하도급 대금 미지급이나 체불 등 문제는 건설업계의 고질병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도급 규모가 크고 복잡한 건설업의 특성 때문에 쉽게 근절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동원해 이를 바로잡으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건설업계의 입장이다. 하지만 우선 생존이 담보돼야 업계 문화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고질병인 하도급 개선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은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일감 부족으로 말라죽는 기업들에게는 생존이 더 중요한 문제"라며 "이에 대한 대책이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하도급 개선 방안 대부분이 대금 지연 등 겉으로 드러난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업계의 어려움을 모두 해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A업체 관계자는 "하도급자 선정 작업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실시하는 사례가 아직도 많고, 현장 설명 후에 입찰까지 기간을 짧게 주고 낙찰 이후 견적 착오나 오류에 대한 책임을 모두 하도급자에 전가하는 등 부당한 일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형사들이 지방 소규모 공사까지 진출하면서 갈수록 일감이 감소하는 것도 업계의 큰 고민거리다.
B업체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전국적으로 대규모 주택분양이 이뤄지고 있지만 수주할 수 있는 일감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며 "지방이라도 규모가 좀 크다 싶으면 전국구 대형사들이 일감을 싹쓸이하는 경우가 많아 하청 밖에는 할 수 없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건설업계의 생존율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기업생멸 행정통계 결과'를 보면 국내 건설업의 5년 생존율은 25.2%로 집계됐다. 전체 업종 평균 29.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폐업하는 건설사 대부분은 연간 매출액 5000만원 이하의 1인 회사로 나타났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무자격, 부실업체에 대한 퇴출은 진행돼야 하지만 기술과 경쟁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을 육성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불법 하도급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일감이 지속적으로 줄면서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 건설사가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임금체불 및 하도급 부조리 해결 합동 당정협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