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교육부가 또
'안전
'없는 대책을 내놨다
. 이번 대책은 지난
9월 경북 경주의
5.8 규모 지진이 발생하자 나온 대응안이다
. 수험생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안전하게 실시한다는 취지다
.
하지만 이를 접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되레 불안해하고 있다. 이번 지진 대책이 허점투성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안이한 대처가 떠오른다는 혹평이 나올 정도다. 수험생한테 "감독관 지시에 따르지 말고 본능대로 하라"고 말했다는 학부모들도 있다.
교육부는 이번 지진 대피 매뉴얼에서 3단계 대응안을 내놨다. 지진 발생 규모에 따라 '가, 나, 다'로 나눠 수험생 행동 요령을 명시했다. 경미한 진동인 '가' 단계에선 시험을 중단하면 안 된다. '나' 단계에선 책상 밑으로 피했다가 시험을 재개해야 한다. '다' 단계에선 시험장 책임자나 시험 감독관 지시에 따라 운동장으로 대피해야 한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만은 구체적이다. 지진 규모가 정확한 수치로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 놨다는 지적이다. 재난이라는 불확실성과 긴박함을 무시한 채 행동 요령도 단계마다 한 가지씩 형식적으로 정의해놨다. 심지어 기존에 나온 안전 매뉴얼을 재탕한 것 아니냐는 거센 항의도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학생이 시험 감독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임의로 교실 밖으로 나가면 시험 포기자로 간주된다는 항목도 있다. 생명과 시험 중 어떤 것이 먼저인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교육부의 해명은 본질을 빗겨났다. 상황별 조치와 그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가 있지만 혼란을 피하고자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세운 대응책을 공개 안 할 이유는 없다. 그 안에 담긴 '혼란'이라는 설명도 의문이다. 교육부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매뉴얼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음표가 달리는 지점은 또 있다. 교육부는 이번 대책안에서 경주 등 지진 피해 지역에만 복도감독관과 전문상담교원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한 나머지 지역은 쏙 빠졌다. 안이한 대처다. 지진 안전지대로 분류됐던 한반도가 안전 사각지대로 분류된 게 최근의 일이다. 이미 지난달엔 서울과 경기도에서도 지진이 발생했다. 혹시나 인력 효율화 등 경제논리를 생각했다면 이것이야말로 과거 세월호 참사에서 배우지 못한 중증에 가까운 안전 불감증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시작과 끝이라는 수능이 일주일도 안 남았다. 교육부는 한시라도 내실 있는 지진 대책을 꺼내들어야 한다. 수능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학부모와 학생이 신뢰와 불안감 사이에서 교육부와 싸워서야 되겠는가.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